'2년 실거주 의무화'가 재건축 사업 '촉진제' 역할
"코로나 사태로 미뤄졌던 총회를 최근 열고 추진위원장도 뽑은 만큼 연말 전까지 조합 신청 완료를 목표로 일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ㆍ7단지 추진위 관계자)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ㆍ수도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안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마쳐야 ‘2년 실거주 의무화’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현재 서울시에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단계인 재건축 단지는 총 58곳에 달한다. 수도권까지 포함할 경우 91곳으로 늘어난다.
6ㆍ17 대책에 따라 이들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마치지 못할 경우 거주 요건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2년 실거주 의무화'로 조합 설립 신청 서둘러
지금까지 재건축 단지 소유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재건축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이번 대책으로는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면 소유 개시 시점(매각 후 재매입 시에는 재매입 시점부터 계산)부터 조합원 분양 신청까지 2년 이상(합산 거주) 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 단지들은 조합설립 인가를 서두르고 있다. 6·17 대책 직전인 지난 16일 주민총회를 열고 1년 넘게 공석이었던 추진위원장을 선출한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는 구청에 추진위원장 변경 승인 신청을 내놓은 상태로, 이후 일정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개포주공 6·7단지는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으로 내년 2월까지 조합 설립 신청을 해도 되지만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들 단지와 함께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개포주공 5단지도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차도 오는 8월까지 조합설립 총회를 열고 이르면 9월 조합신청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에선 과천주공 단지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과천주공 10단지 추진위가 최근 조합설립 신청 동의율을 채우고 조합창립 총회를 준비 중에 있다. 추진위 승인 3년 만이다.
과천주공 8·9단지 추진위도 연내 조합 설립을 위해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이들 단지는 10월까지 조합설립 신청 동의율 75%를 달성하고 오는 11월 말까지 조합 설립 신청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연말까지 신청하면 되지만 설립인가를 거부당할 경우까지 대비해 일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과천주공 8·9단지 추진위 관계자는 "6·17 대책을 피하기 위해서는 빠른 조합 설립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SNS와 문자 등을 통해 신청 동의서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 초기 단지는 지지부진…" 재건축 시장 침체 우려"
이들 단지의 경우 정부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나, 대부분 재건축 추진 초기 단지들은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거주 요건 규제와 함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까지 강화하면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같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향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가 재건축 사업 자체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년 실거주 조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 소유자는 현금청산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재건축 사업 추진을 크게 지연시킬 수 있다. 당장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소유주의 약 70% 이상이 외부 거주민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이 현금청산에 나설 경우 사업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4지구,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진주아파트 등이 서둘러 관리처분 인가 신청에 나서면서 사업 진행이 빨라진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일부 사례일 뿐이며 이번 정책으로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