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V’자 반등을 이뤄낼 것이란 판단은 이르다. 추경안엔 V자 반등과 관계없는 내용이 상당하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달성군)은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안을 두고 이같이 지적했다. 추 의원은 2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3차 추경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업에 대부분 편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 부진의 직접적 원인인 코로나 방역 예산은 정작 소규모에 불과하고 전반적 경기 회복과 관련 없는 사업에 집중돼 실효성이 떨어진단 평가다.
35조3000억 원에 달하는 3차 추경안에 대한 이 같은 우려에도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에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상임위원장 전체를 모두 차지하게 되자 통합당이 국회 모든 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다. 이는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다.
‘반쪽 국회’로 21대 국회가 본격 시작하면서 올해 3차례에 걸친 추경 관련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대야소에서 유독 경제전문가의 존재감이 현저히 축소된 지금의 국회 상황은 향후 4년 우리나라 경제가 걷게 될 험난한 앞길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노파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고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모두를 섭렵한 통합당 내 ‘경제통’ 재선 의원인 추 의원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정 총리가 국회 시정 연설에서 추경과 관련해 ‘V’자 반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추 의원은 “편성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 V자 반등을 위해선 대외 여건으로 우선 코로나 진정이 우선이고,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잘못된 처방을 내려 현실 인식이 결여됐단 분석이다.
그는 “이번 추경 중 코로나 방역시스템 예산은 전체 추경의 2%인 6953억 원에 불과하다”며 “디지털 혹은 그린 뉴딜이란 명분 하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업들을 실효성 점검도 없이 편성된 예산이 다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3차 추경안에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역학조사, 방역 관련 일자리보다 DB(데이터구축)알바(아르바이트), 전수조사 등이 대부분이다. DB알바 사업 중 하나인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은 722억 원(3430명),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기계학습 데이터 348억 원(2000명), 농촌진흥청의 농업데이터조사(500명) 55억 원 등이 투입됐다. 이중 DB알바 사업은 총 6024억5100만 원이 편성됐다.
추 의원은 “시급하지 않은 예산들 때문에 실직자 · 중소기업 · 소상공인 · 영세사업자를 직접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일부 ‘시늉’에 그치고 있다”며 “금융 지원도 실질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일반적 대출, 융자에 지나지 않으니 통상적 수준으로는 그들이 버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안 그래도 죽겠는데 세금 부담이 많다”, “이렇게 높은 자금으로 우리는 버틸 수 없다” 등이라고 추 의원은 전했다.
추 의원은 3차 추경안의 실효성을 재차 강조하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그는 “코로나 발생 이후 두 차례에 걸쳐 26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긴급상황에서 또 35조 원의 국가 빚을 키우는 것은 국민의 부담을 추가로 지우는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여당이 말로만 추경이 시급하다고 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추 의원은 “어려운 민생을 빨리 개혁하고 코로나 위기 대응도 실효성 있게 심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심의·심사 과정이 정상적인 회의를 통해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의 협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뺀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한 것에 대해 추 의원은 “의회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13∼20대 국회에서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이 배분됐으며 법률안 등 안건이 본회의로 가는 길목인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한다는 관행이 유지돼왔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빠진 채 21대 국회를 개원해 국회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이후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다. 추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인 추경을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생 챙기기란 명분으로 겉으로만 추경을 내세우고 실제로 국회에서 심사·집행하는 데엔 관심 없는 ‘정치 게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야당과 협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당리당략’(당의 이익과 당파의 계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도 “아쉽고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추 의원은 “국회의장 자리는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해달라는 의미”라며 “취임부터 지금까지 모습은 민주당에 일방적인 협력에 불과하고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상임위 배정을 밀어붙이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행태에 통합당은 당분간 정상적이지 않은 의사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며 “향후 국회를 어떻게 할지 상황을 지켜본 후 의원들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 운영을 거듭 강조한 추 의원은 '국가 부채 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하'로 묶는 재정준칙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비율이나 관리재정수지 등 재정과 지출의 일정한 수치를 정해 제도적으로 지키게 하는 기준이다. 2016년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4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담은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으나 관심을 못 받고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 8월 재정준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코로나로 무너진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재정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급속도로 증가하는 국가채무를 관리할 기준이 없다”고 했다.
‘45%’ 기준으로 한 이유로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재정준칙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추 의원은 “유럽연합(EU)은 1991년 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흐트 조약(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유지 조건을 담은 조약)을 맺을 때 60%로 설정했다”며 “그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채 비율이 6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상태보다 조금 낮게 준칙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해 재정적자비율 3% 넘지 못하도록 협약했는데 우리도 이를 기준 삼아 현재 국가 채무 비율에 맞게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 의원은 정부가 선진국들과 비교한 재정건전성 관련 통계에 오류가 있음을 바로 잡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획재정부 전체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대비로 볼 때 3차 추경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국가채무비율이 43.5%가 된다”며 “이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국 평균인 11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절대 규모로는 선진국보다 재정이 매우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110% 아닌 80%가 넘는 수준”이라며 “ OECD 평균이 그렇더라도 미국과 일본 같은 특수한 국가를 빼고 유럽 국가 중 유로화를 쓰지 않는 덴마크·스웨덴 같은 국가는 채무 비율이 40~50% 언저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국가 중 부채 비율이 50%가 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최근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민 경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과 자동차 개소세 감면제도 등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법안도 대표발의 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근로소득자의 신용카드·현금영수증·직불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애초 15%~30% 수준에서 4월~7월 한시적으로 80%로 확대했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혜택도 3월~6월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모든 세제 혜택 기간이 제한적일 때 효과가 큰데 연말까지 기간을 늘리면 효과가 오히려 반감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확장재정이 아닌 인센티브 차원에서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의미”라며 “코로나가 조기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선 재정지 제때 일정 부분 쓰여야 선순환 흐름을 빠르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정산 때 환급금만 늘어나 국가 부담이란 지적에는 “경기 소비 투자를 늘려 실효성 있는 예산 집행을 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밖에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해 추 의원은 “첫째 기본 소득 개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둘째 실현을 위해선 기존 복지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이것과 관련된 제원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순차적 논의가 필요하다”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당이 주장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와 관련해선 “표현부터 정치적 접근”이라며 “가령 자영업자도 고용 대상으로 봐야 할지가 모호하다. 보험이란 부담을 지는 자가 따로 있는 구조인데 소득이 없는 사각지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