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개 지역 거래량 80%↑…아파트값 신고가 속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른바 '노도강'(서울 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서울 금천·관악·구로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매매값도 치솟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6ㆍ17 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차라리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역(逆)풍선효과' 바람이 거세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심화되는 전세난과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바심에 3040세대의 '패닉 바잉'(panic buyingㆍ공포에 기인한 사재기)까지 가세하면서 집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다"고 말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 수도권 누르자 '서울서 집 사자' 역풍선효과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도강과 금관구 6개 지역의 6월 아파트 총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3018건을 기록했다. 5월 거래량(1673건) 대비 무려 80.4% 급증한 수치다.
관악구가 165건에서 35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도봉구가 289건에서 568건으로 96.5% 증가했다. 노원구는 627건에서 1135건으로 81% 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매매가 늘면서 6월 아파트 거래량은 이미 올해 최고치인 9119건을 찍었다. 이 중 이들 6곳의 매매 거래량은 서울 전체 거래건수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30일이어서 아직 6월 거래량이 최종적으로 집계되기까지 한 달 가량 남은 만큼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매수세가 쏠리면서 이들 지역에선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59.75㎡형은 지난달 최고 7억5000만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실거래가(1월, 최고 6억5000만 원)보다 무려 1억 원 뛴 값이다. 이 단지의 전용 84.7㎡형도 지난달 8억5000만 원에 팔려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최고 9억 원에 거래됐던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 전용 84㎡형은 올들어 9억5000만 원(5월)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3000만 원 뛴 9억8000만 원에 또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에선 전용 66.56㎡형이 그간 이 면적 최고가였던 5억7000만 원(1월) 대비 5000만 원 뛴 6억2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값)는 7억 원에 달한다.
상계동 J공인 관계자는 "사려는 사람은 많은 매물이 거의 없다 보니 호가가 그대로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노원구 아파트값은 지난 주 KB부동산 통계 기준 0.90% 뛰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노도강과 금관구 지역에 매수세가 몰리는 건 6·17 대책 부작용인 '역풍선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어차피 비슷한 규제를 적용받을 바엔 가격 부담이 적고 출퇴근도 용이한 서울 집을 매입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 거세질 것"
이른바 패닉 바잉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구로구 개봉동 K공인 측은 "최근 매수에 나서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 사지 않으면 나만 내 집 마련을 못하거나 외곽으로 더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수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세난에 직면한 수요자들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노도강과 금관구 지역에서 매매 수요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기준 53주 연속 상승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초저금리와 강화된 실거주 의무,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