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의 수출규제 1년과 한·일관계의 미래

입력 2020-07-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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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철 숭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일본경제 전공

지난해 7월 1일부로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관리 강화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곧이어 같은 달 4일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과 관련된 3개 핵심소재를 국가에 의한 통제가 필요한 관리품목으로 지정하자 한일간에는 강대강(對强强)의 극한 대립관계가 형성되었다. 즉, 일본정부가 플루오린화 수소(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 폴리이미드)의 3개 품목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던 것이 갈등의 시작이 됐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간의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양국 관계로 간주되던 위기상황이 한동안 지속되어, ‘No Japan’과 일제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극한 갈등관계가 조성되었고, 한국정부가 2019년 11월 말에 극적으로 지소미아를 조건부로 연장을 함으로서 정세가 다소 안정되었다. 이처럼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던 한일관계는 올해 초의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전후하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한국 기업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수입대체 및 다변화와 자체 개발 노력으로 관련 제품의 대일의존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미 일부 규제품목은 순수 국산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상태에 도달하여, 일본의 수출규제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양국의 역사문제가 내재된 외교적 마찰이 경제문제로 확대되어, 일본의 관련제품 생산기업은 수출부진에 의해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급진전에 의해 첨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과 소재를 특정 나라가 독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제품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유통에 걸친 사슬구조를 상호간의 보완관계로 풀어내 공존공영(共存共榮)에 의한 공생(共生)을 추구해야 할 이웃나라가 승자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소모전에 뛰어든 셈이다.

최근에는 일부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실행을 앞두고 한·일 양국은 다시 극도의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한일 양국은 당면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극복과 환경문제의 해결 등을 위해서는 인접국가 간의 보다 밀접한 협력관계가 요구되고 있으나, 한일 간에는 경제문제와 외교·안보문제 등의 해결에 있어서 관건(關鍵)이 되고 있는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의 청산을 위한 해묵은 과거사에 얽매여 근본적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한일 양국이 겪고 있는 갈등관계의 근저에는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노동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있다. 이는 1965년 6월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의 ‘청구권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과 관련된 대일청구권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2018년 10월에 한국 대법원에 의한 판결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이 건은 한일 간의 여러 외교현안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이른바 ‘전범기업’의 국내자산을 압류하여 매각자금을 마련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법적근거와 집행절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향후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상호간의 경제보복이 장기화·첨예화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전쟁으로 비화(飛火)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의 연출은 최악의 선택으로 양국관계의 파멸을 의미하게 된다. 만약에 한국과 일본이 현재의 극한 대립과 갈등관계를 지속한다면, 양국은 기존의 정치 및 경제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이는 양국의 공멸(共滅)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은 인접국임을 직시하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경제적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일본은 실효성이 없는 대한 수출규제를 즉각 포기하여 위기에 처한 자국기업의 수출과 자생능력을 제고하고, 양국 기업이 상호 보완하여 공존공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과감히 취하하고, 인접국가와의 우호증진과 함께 경제부흥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양국 갈등의 중심에 있는 아베 일본 총리는 피해 당사자에 대해 진솔한 사죄와 함께, 전쟁과 식민지배에 따르는 배상문제를 청산하는 현명한 결단을 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가해국가의 수장(首長)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신뢰회복을 통해 한일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은 평화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는 헤이세이(平城) 일왕(아키히토 전 일왕)의 생전(生前) 방한을 허용하여, 전쟁과 식민지에 대한 인식을 겸허하게 표명하고 한일 역사 청산에 앞장서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포용력을 발휘하여, 일본이 과거사를 해결하고 청산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양국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통 큰 결단이야말로, 현재 진행형인 일제 징용노동자의 청구권 문제와 관련된 전범기업의 현금화 절차와 위안부 갈등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한 첩경(捷徑)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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