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영업실적을 올렸다. 삼성은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8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6조4500억 원)보다 25.6%, 작년 같은 기간(6조6000억 원)에 비해서는 22.7% 늘어났다고 7일 공시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일궈낸 값진 성과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반도체가 실적을 떠받쳤다. 2분기 매출은 52조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6.0%, 전년동기 대비 7.4%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15.6%로 2018년 4분기(24.2%) 이후 가장 높았다. 삼성의 반도체와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디스플레이 등 4개 사업부문 가운데 반도체의 영업이익만 5조 원대로 추정된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비대면(非對面)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서버 및 PC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이 같은 수요를 기반으로 주력제품인 D램 거래가격도 올 들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삼성전자와 반도체가 그나마 버텨주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 특히 제조업의 실적은 엉망이다. 같은 날 발표된 LG전자의 2분기 실적만 해도 영업이익 4931억 원, 매출 12조834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4.4%, 17.9%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조 원, 순이익은 19조 원에 그칠 전망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28%,16% 줄어든 것으로, 7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일부 비대면 관련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자동차, 화학, 정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자동차는 최악의 실적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자료에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중심인 운송장비의 5월 수출물량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57.6%나 급감했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이 7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의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정유의 SK이노베이션은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반도체마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당분간은 삼성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초(超)격차가 버텨주겠지만, 중국의 공세가 위협적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메모리 경쟁력이 떨어져 2018년 시장점유율 51.8%에서 작년 46.9%까지 낮아졌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 확고한 우위 유지와 자동차 등 제조업 위기 극복이 당장 급한 과제인데 정부의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은 경제의 근간이고 고용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