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른 공시지원금을 상회하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5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단통법 시행 후 최대치로 2018년 506억 원보다 6억 원 많은 수치지만 예상치(700억 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단통법 시행 전후를 통틀어 최대 과징금은 2013년 12월 총액 1064억 원이었다. 전례 없는 경기 위축과 이통사들의 소상공인 상생지원 노력을 약속한 점 등이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이용자간 지원금을 차별하는 등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한 이통3사에게 총 512억 원(SK텔레콤 223억 원, KT 154억 원, LG유플러스 1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또한 사전승낙제를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한 125개 유통점에 대해서도 총 2억72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5G 상용화 이후 불ㆍ편법적 단말기 지원금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과 LG유플러스의 신고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통3사의 119개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지원금은 현금 지급, 해지위약금 대납, 할부금 대납 뿐 아니라 사은품 지급이나 카드사 제휴할인 등의 방식도 활용됐다.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이용자 지원금 차별도 확인됐다. 신규 가입자보다는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에 대해 22만2000원을 더 많이 지급하고, 저가요금제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29만2000원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용자를 차별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가 단말기유통법 제3조제1항(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금지) 및 제4조제5항(공시지원금의 115% 초과 지급)의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유통점에 대한 주의와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가입유형과 요금제에 따라 과도한 차별적 장려금 등의 판매조건을 제시해 유통점이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해 법 제9조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다만 조사에 협조적이었고, 중소 유통점·소상공인들을 위해 상생지원을 약속한 점으로 감경을 결정했다. 이통3사는 이번 시정조치 의결과정에서 유통점에 대한 운영자금, 생존자금, 중소협력업체 경영펀드, 네트워크 장비 조기투자 등을 위해 총 71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지속돼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이후 이통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 감경비율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이통 3사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수 개월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5G 서비스 가입자에게 공시지원금을 넘어 과도하게 보조금이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100만 원을 넘는 5G 휴대폰의 요금이 100만 원 이하의 LTE(4G) 휴대폰의 요금보다 낮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유통·판매점에서 합법적 보조금인 공시지원금 외에 많게는 수십만원의 추가 불법보조금(리베이트)까지 뿌리면서 '공짜 최신 휴대폰'까지 등장했다.
통신 업계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5G 출시와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과도하게 경쟁이 이뤄지면서 공시지원금 이상의 보조금 살포까지 나타났다"며 "무거운 마음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어려운 유통망과 중소협력업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