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폰에 살고 죽고, 폰 안에서 살고, 폰 안에서 죽고, 나 폰 안에서 죽고 살고”
최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노래를 개사한 광고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2000년대도 아닌, 과거 1990년대 감성의 도트 그래픽이 묻어나는 게임 플레이 영상이 나타난다. 1990년대에 컴퓨터 좀 만져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바람의 나라’다.
1996년에 출시했던 바람의 나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오는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투데이는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조율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 이태성 슈퍼캣 ‘바람의나라:연’ 디렉터를 만났다.
◇어릴 적 게임광, 역사적인 게임의 모바일화 진두지휘 = 어릴때부터 게임에 대한 흥미가 남달랐던 이태성 디렉터는 고등학교때부터 게임회사 테스트에 참여하며 게임 개발의 꿈을 키워왔다. 졸업 이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게임회사에 입사할 정도로 그는 ‘게임광’이었다. 심지어 울산광역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안양으로 혼자 전학을 하고, 게임회사를 놀이터삼아 구경 다닐 정도였다.
그는 2010년에 넥슨에 입사한 뒤 6년간 재직하다 퇴사한 뒤 ‘슈퍼캣’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인디게임을 제작하며 개발능력을 키우던 중 우연히 ‘바람의나라:연’ 개발 기회가 찾아왔다.
이 디렉터는 “바람의 나라 IP를 활용해 스킬 몇 개를 모바일로 구현해 테스트를 돌리자마자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시력이 좋아졌다고 표현할 정도”라며 회상했다.
이 디렉터는 넥슨에서 오는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바람의나라:연’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다른 모바일게임에 비해 장기간인 2년 반 가량 개발에만 매진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그도 그럴것이 원작은 대한민국 게임 역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1996년 만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그래픽 MMORPG 중 가장 오랜 서비스 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랜 시간동안 상용화된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대작을 모바일로 옮기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이 디렉터는 “잘 만들어야겠다는 정도의 부담감만 살짝 있다”며 웃었다. 그는 “부담감이 완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압박받을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일단 설레고 기대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바람의나라:연은 현재 모든 개발을 마무리짓고 최종 출시만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출시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게임이 출시된 이후 작은 실수라도 발견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게임을 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 원작이 워낙 오래된 게임이도 넥슨의 대표 IP인 만큼 모바일로 개발하는 것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크다”며 “선배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게임을 새로운 세대가 세상에 선보이는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작의 감성, ‘도트 그래픽’으로 유지 = 이 디렉터는 ‘바람의나라:연’을 개발하는데 있어 유저들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봤다. PC게임의 경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지만 모바일화 되면서 채팅과 같은 부분이 디바이스 한계상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의 MMORPG스러운 상황을 재현하고자 가로모드와 세로모드를 100%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가로모드는 게임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세로모드는 채팅에 중점을 둬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디렉터는 “국내 게임 중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를 동시에 100% 지원하는 게임은 흔하지 않다”며 “커뮤니티 연결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어 그렇게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논의가 오갈 정도로 신경을 썼다. 최근 모바일 게임 뒤에는 모바일의 앞 글자를 딴 ‘M’이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는다. 하지만 이 디렉터는 바람의 나라와 잘 맞는 특징적인 단어를 찾고 싶어했고, 그 한 단어가 전체 게임의 정체성을 나타내길 바랬다. 많은 논의 결과 바람의 나라 원작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인 ‘연’을 택했다. 바람의 나라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단어이자 어감 자체도 예뻐 내부에서도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원작의 감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바로 3D그래픽이 아닌 도트 그래픽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자연스럽고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바람의나라:연은 반대로 과거로 돌아갔다. 도스 컴퓨터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도트 그래픽을 적용해 게임을 개발한 것.
이에 대해 이 디렉터는 “도트 그래픽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적 없다”고 강조했다. 원작이 도트그래픽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그래픽 요소를 변경하면 원작의 감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도트 그래픽을 3D 그래픽으로 바꾸는 것을 유저나 개발진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과거 바람의 나라를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도트 그래픽만으로도 추억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게임 목표…세대 아우르는 게임 됐으면” = 이 디렉터가 꿈꾸는 목표는 단 하나다. 바로 ‘바람의 나라: 연’이 장수하는 것. 세대가 바뀌면서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는 “PC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동안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바일 게임의 경우 역사가 긴 편은 아니다”라며 “모바일 게임이 3주년, 4주년 이벤트 같은걸 진행하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매출 목표보다는 ‘모바일 게임 최초의 10주년 이벤트’ 같은걸 하게 된다면 개발자 입장에서 정말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게임’인지 아닌지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유저들의 가족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릴 적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 자라 부모가 돼, 자녀들과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경우다. 실제로 바람의 나라 20주년 유저간담회 당시 아이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바람의나라:연도 출시 이후 종료하지 않고 계속해 서비스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한다는 포부다.
이 디렉터는 “게임 내에서 사람들과 소통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끊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다 흩어지게 될 것 같아 계속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