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갖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 재도약을 위한 종합추진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한국판 뉴딜의 개념이 처음 제시됐고, 3개월의 작업을 거쳐 나온 미래 국가발전전략의 청사진이다.
이날 회의에 정부·여당, 민간기업, 민주노총을 뺀 노동계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력 결집의 의지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으로 세계사적 흐름을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추격형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두 축이다. 디지털 뉴딜은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非對面)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의 중점 추진에, 그린 뉴딜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화,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전환,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확충에 방점이 찍혔다. 2022년까지 정부예산 49조 원을 비롯한 67조7000억 원을 투입해 88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2025년까지는 국비 114조1000억 원을 포함한 160조 원을 들여 190만1000개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결합하고, 국민에너지를 모아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민간 역할의 강조는, 이날 보고대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원격방식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비대면 산업의 미래를 각각 제시한 것이 상징한다.
한국판 뉴딜의 구상은 야심차고, 우리가 반드시 선점해야 할 미래이자 한국 경제의 활로임에 틀림없다. 관건은 이 원대한 그림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정책의 뒷받침이다. 정부는 제도기반의 구축 및 규제개선을 지속하고 민간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투자는 마중물이고, 민간이 대규모 투자와 신산업을 일으키는 펌프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와 재정 역할의 한계는 분명하다. 장기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을 통한 경제 재도약은 혁신과 투자 역량을 갖춘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할 몫이다. 산업구조 개혁과 신산업 창출을 촉진하는 규제의 혁파가 전제조건이다. 수도 없이 강조된 얘기인데, 이번 한국판 뉴딜 구상에서도 그런 다급한 현안에 대한 혁신 의지와 구체적 비전이 결여돼 있다.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