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을 위해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선 가운데, 제도 도입 이후 실효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전격적인 도입을 통해 제도 적용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15일 서울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주식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비상장 벤처기업ㆍ제한적 도입’ 가닥=공청회에 참석한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복수의결권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대상을 한정한 것도 제한적 도입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기본적 취지는 경영권 방어에 방점이 있는게 아니다”며 “수단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가정신을 유지하게 해 이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취지”라고 강조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말 그대로 한 주식에 다수의 의결권을 부여한 것이다. 국내 상법 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벤처업계의 경우 투자 과정에서 경영권 희석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중기부 역시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데 이어, 올해 하반기 법안 마련을 위해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도 업계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제도혁신연구실장은 “지난해 4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벤처기업이 총 209곳 중 88.04%에 달하는 184곳”이라며 “홍콩, 싱가포르, 인도, 중국 등 해외에서도 많은 국가가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불평등 요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복수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구체적 입법 방안으로 가중된 특별결의에 의한 정관 개정을 통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주 요건도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로 특정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제도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해 의결권 수를 1주당 10개 이해로 한정하고 10년의 일몰기한을 두는 방안도 내놨다.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이사 지위 상실 시 권리가 소멸하는 일신전속권은 보완장치로서 부여한다.
◇실효성 논란 격화…“적용 범위 넓어야” vs. “제도 수요 많지 않아”=다만 복수의결권 도입과 관련해서는 실효성 차원에서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도가 보다 넓은 범위까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복수의결권에 상장 이후 일몰 조건이 도입된다면 차라리 (도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투자 유치 규모, 지분 비율, 창업자 인정 요건 등 조건을 다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국내 벤처ㆍ스타트업 시장에서 실효적인 의미가 크지 않단 지적도 나왔다.
공청회에 참석한 송옥렬 서울대학교 교수는 “복수의결권 제도의 경우 상장을 염두에 둔 벤처기업만이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본다”며 “왜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한국 주식시장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서보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도 “일례로 회사 구성원 전체가 창업자인 경우 이들에게 복수의결권을 다 제공할 수는 없다”며 “실제 벤처·스타트업 자문을 해보며 느낀 문제점을 고려해 복수의결권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