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재개발ㆍ재건축 후보지 낙점한 서울시...당사자는 '어리둥절'

입력 2020-07-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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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위험시설 소재 4개 구역 검토…네 곳 모두 "금시초문"

서울시가 공공 재개발ㆍ재건축 후보지로 노후 주거지역 4곳을 낙점했다. 공공 지원을 통해 이들 지역 주거 여건을 개선하고 정비사업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작 해당 사업장은 '금시초문'이라며 어리둥절하다.

◇9월 시범사업 공모 받을 계획…'주택공급 활성화지구'로 지정

서울시는 이달 초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 4곳에서 공공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며 각 관할 자치구에 요청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아현3 재정비촉진구역, 용산구 이촌동 중산아파트, 관악구 봉천동 봉천 1-1구역,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10 재정비촉진구역 등이다. 이 가운데 북아현3구역은 재개발 구역이고 나머지 지역은 재건축 사업장이다.

공공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에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시행을 맡기는 제도다. 공공 정비사업 사업장은 '주택 공급 활성화지구'로 지정돼 용적률ㆍ기부채납 규제 완화, 비례율(정비사업으로 늘어나는 재산과 이전 자산 사이 비율) 보장 등 혜택을 받는다. 대신 일반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5월 공공 재개발 제도를 도입했고, 이달엔 재건축으로까지 재건축을 확대했다. 국토부 등은 공공 재개발ㆍ재건축을 서울 주택 공급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올 9월 시범사업 공모를 받는다.

서울시가 이들 지역에 공공 정비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주거 안전성이 다른 정비사업장보다 떨어졌다고 봐서다. 4곳 모두 구역 내에 재난위험시설이 있다. 북아현3구역엔 재난위험시설 E등급 주택 한 채가 있고 다른 3곳도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재난위험등급 D등급은 안전성이 미흡해 긴급 보수가 필요한 시설을, E등급은 결함이 심각해 사용 중단이 필요한 시설을 뜻한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공공 정비사업 검토를 요청하면서 이들 사업장은 주택 공급 활성화지구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시범사업지를 심사할 서울시가 직접 나서 후보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재난위험시설이 있는 정비구역 가운데 사전 검토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토를 하게 됐다"며 "주민이나 자치구가 의지를 갖고 공모에 응한다면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부족…참여 원치 않을 듯"

정작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로 오른 정비사업장들은 어리둥절하다. 논의가 조합이나 추진위의 참여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울시가 중심이 돼 하향식(톱다운)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신길10구역 조합 관계자는 "전혀 구청 등에서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 구역 같은 경우 공공 시행을 추진하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어 공공 재건축을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 구역은 2016년 LH에 시행자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 관계자도 "구청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사업시행인가를 이미 받은 만큼 초기 정비사업장을 지원하겠다는 제도 요건에도 안 맞고 신청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선 일선 조합이나 추진위가 공공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유치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임대주택 비율 상향이 정비사업장에서 껄끄러워하는 대표적인 요건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공공이 참여하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역할 분담도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건축의 경우 공공 참여를 원치 않는 기조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 재개발ㆍ재건축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곳도 있다. 정비구역이었다가 재건축ㆍ재개발이 무산된 곳들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해제 구역은 시범사업에서 제외키로 했기 때문이다. 해제 구역 중 일부는 공공 재개발ㆍ재건축을 발판으로 사업 재개를 노렸다. 증산4구역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재개발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곳"이라며 "공공 방식으로라도 재개발할 수 있다면 시범사업은 못 해도 본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합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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