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행복주택 부지 활용 방안 국토부-송파구 협의중…주민 반대 극복은 과제
서울 한복판에 7년 동안 방치된 택지가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유수지'와 가락동 '탄천 유수지'다. 이들 부지가 다시 주택 공급을 위한 숨은 패(히든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잠실 유수지와 탄천 유수지에 각각 있는 '잠실 보금자리 주택지구(잠실지구)'와 '송파 보금자리 주택지구(송파지구)'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서울시, 송파구 등과 논의 중이다. 애초 목적대로 이들 지구에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서다.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는 2013년 목동지구 등과 함께 행복주택 시범사업 지구로 지정됐다. 강남 도심과 직주 근접성을 갖춘 지역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국토부 목표였다. 그러나 이후 주민 반대로 사업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015년 목동지구는 지구에서 해제됐지만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는 주택을 건설하지도 못하고, 지구를 해제하지도 않은 채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지금은 주차장과 체육시설 등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잠실지구와 송파지구에 주택을 짓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 꾸준히 견지해왔다. 송파구가 이들 부지 활용을 위해 지구 해제를 요청했지만 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요청을 거부했다. 국토부와 송파구는 2018년부터 잠실ㆍ송파지구 활용 방안을 두고 물밑 접촉을 계속해왔다.
최근 정부가 서울 도심에 아파트를 공급할 유휴부지를 물색하는 상황에서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히든 카드다. 이미 지구 지정을 마친 데다 해제 권한도 국토부가 쥐고 있어 외풍에도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권도 대부분 국가가 가진 만큼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다.
2013년 시범지구로 지정될 당시 정부가 잠실지구와 송파지구에서 계획했던 주택 공급 목표는 각각 1800가구, 1600가구였다. 이후 주민 반대 등으로 각각 750가구, 600가구로 축소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금 같은 주택 공급 부족 상황에선 잠실ㆍ송파지구가 1000가구 넘는 대단지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송파구 등과 공공주택 공급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달 말 발표될 주택 공급 대책에 잠실ㆍ송파지구가 포함될 가능성엔 "내 선에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다. 2013년 지구가 처음 지정됐을 때 인근 주민들은 일대 교통난이 가중될 수 있다며 행복주택 입주를 반대했다. 유수지에 주택을 지으면 홍수 등이 일어났을 때 재난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혔다. 송파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송파 유수지 인근에 대단지 헬리오시티가 입주한 후로 탄천 조망권을 이유로 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송파구도 주택 건설에 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송파구는 잠실 유수지와 탄천 유수지에 주민 체육시설을 확충키로 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송파구가 국토부에 지구 해제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평가권 등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반대하면 2013년과 같은 실랑이가 되풀이되기 쉽다.
국토부 측에선 "현재 이견을 조율하는 중"이라며 "우리(국토부)는 최대한 주택량을 확보하려 하고 송파구에선 체육시설 등 복합 개발 면적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맞는다"며 지금 다들 원하는 게 서울 도심에 집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교수는 "서울 외곽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환경을 훼손하기보다는 도심 내 활용 가능한 주택 부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