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국가정사를 총괄하던 최고 행정기구인 의정부의 터(의정부지·議政府址)가 국가지정 문화재(사적)가 된다. 이곳은 옛 육조거리(광화문광장~세종대로)에 있던 주요 관청 중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서울시는 종로구 세종로 76-14번지 일대 '의정부지'에 대해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된다고 20일 밝혔다.
시는 2013년 부분 발굴조사를 위해 옛 의정부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벌였다.
시는 2015년부터 의정부 터 발굴‧정비를 위한 학술연구를 실시하고, 국유지 관리청인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받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에 사적 지정을 신청했다.
발굴조사 결과 그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만 했던 의정부 주요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가 실제 유구를 통해 확인됐다.
삼군부 등 조선시대 육조대로 관청들이 있던 자리가 지금은 대부분 고층건물이나 도로로 바뀌어 더 이상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시대 관청의 건물 배치와 규모가 파악된 귀중한 사례다.
시는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재상들의 거처)이 나란히 배치된 모양새를 확인했다. 또, ‘정본당’ 뒤 후원에 연지(연못)와 정자가 나란히 있었던 흔적도 발굴했다.
주요 건물이 나란히 있고 그 뒤로 연못과 정자가 있는 후원이 배치된 건축양상은 의정부를 비롯해 조선시대 주요 관청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의정부가 당시 가장 높은 격식을 자랑하는 건축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기와 조각, 도자기(청자‧분청사기‧청화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 760점도 출토됐다.
1910년 일제가 의정부 자리에 건립한 옛 ‘경기도청사’ 건물 터(1967년 철거)의 벽돌 기초도 발굴됐다.
시는 이번에 발굴한 의정부 터 유구를 현 위치에 온전히 보존‧보호하고, 최소한의 관람 유도시설을 설치해 향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조선시대 최고 관부 의정부와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경기도청사, 미군정, 그 후 정부청사 별관 등이 자리 잡았던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라며 "사적 지정은 서울시에서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고도 서울의 역사문화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이자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문화재청,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유구를 현 위치에 보존할 계획"이라며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도심 속 역사문화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