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기도 하지만 질소산화물(NOx)이나 황산화물(SOx)과 같은 원인물질들에 의한 2차 생성량이 전체 배출량 중 약 72%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원인물질은 주로 산업활동 과정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에 다량 포함돼 있는데,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을 기존보다 각각 33%, 32%, 28% 가량 높여 규제를 강화했다.
산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인물질별 저감 설비를 각각 설치하고 많은 에너지를 들여 가동하고 있지만, 규제가 강해질수록 그 부담이 가중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한국이엔지와 함께 배기가스를 물속에서 기포 형태로 전환해 먼지와 원인물질들을 동시 제거할 수 있는 ‘마이크로버블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기존 상용화 기술로는 가스를 촉매에 통과시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선택적촉매환원법(SCR)'과 석회와 반응시켜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습식석회석고법(WFGD)’이 대표적이다.
두 기술 모두 설비 규모가 크고 고가의 촉매와 석회석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다 처리 과정에서 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공정도 서로 상이해 하나의 설비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동시에 제거할 수도 없다.
생기원 친환경재료공정연구그룹 조형태, 송호준, 김정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대안으로 마이크로버블 기술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마이크로버블 기술’이란 가스를 물속에 녹여 탄산방울보다 작은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크기의 기포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기포가 작을수록 가스와 물이 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반응성이 증가하고 정전기적 인력도 크게 작용해 먼지와 유해물질들을 흡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버블은 고온·고압의 가스를 물속에 강한 압력으로 밀어 넣어 기포를 만드는 ‘압송’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부식성 가스는 압송에 필요한 압축기를 빠르게 손상시켜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한국이엔지가 독자 개발해 2008년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받은 마이크로버블 제조설비에 주목했다.
이 설비는 압송 방식과 반대로, 배출구에 위치한 송풍기를 통해 가스를 흡입하면서 물과의 충돌을 일으켜 기포를 만드는 ‘흡송’ 방식을 사용한다.
흡송 방식은 압송 대비 요구 압력이 약 5% 수준이라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배기가스 가열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부식 우려도 적다.
연구팀은 2019년 11월부터 한국이엔지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해 노하우 수준에 머물렀던 설비의 마이크로버블 생성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발전시켜 미세먼지 저감용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고성능 카메라와 영상분석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마이크로버블 생성 정도를 측정, 해당 설비가 10~50㎛ 크기의 기포를 균일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다음으로 ‘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시스템 유동해석 모델을 개발해 물 높이, 유량, 버블 크기 등의 이상적인 운전조건을 도출했다.
아울러 원인물질 동시 제거를 위한 최적 첨가제들을 선정하고 그 조성비에 따른 저감 성능을 실험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과 한국이엔지는 분당 1만ℓ(10Nm3)의 배기가스를 물속에 통과시켜 PM 10 수준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동시 저감할 수 있는 마이크로버블시스템 시제품을 최종 개발해냈다.
개발된 시제품은 올해 4월 울산의 제지업체 ‘무림P&P㈜’에 설치됐고, 첫 실증 테스트에서 먼지 99.9%,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91.9%를 저감하는 성과를 냈다.
조형태 박사는 “한국이엔지가 보유한 마이크로버블 원천기술을 생기원이 미세먼지 저감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해 만든 성과”라며 “향후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와 공장 악취를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