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주식 50% 하락 각오해야”…달리오·로저스 “포퓰리스트 정치인 등장, 1930년대와 같아” 우려
세계를 전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미증유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 이후’의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는 지금,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등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은 과거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코로나19 위기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코로나19에 대한 이들의 평가와 제언을 최근 소개했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 회장은 5월 초 열린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1930년대 대공황과 현재 코로나 사태를 비교했다. 그는 “1930년 가을까지도 대불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며 당시 많은 사람이 대공황이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간과한 점을 지적했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증시가 폭락한 ‘검은 목요일’ 이후 9개월여 지나 주가가 20% 이상 회복하자 사람들이 대공황을 일반적인 불황 정도로 여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후 2년간 증시는 83% 폭락, 1929년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렸다.
버핏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50% 이상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며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가 앞으로 1년 간 어떤 일을 벌일지 확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달리오 역시 6월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증시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기 직전”이라며 “선진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을 이끌었던 세계화의 정점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비가 적게 드는 국가에 공장을 짓고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지역에 공장을 두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달리오는 “미국 인텔이나 대만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것은 기업들이 비용이 아닌 안정에 중점을 뒀다는 증거”라며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하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달리오와 로저스가 공통으로 우려하는 건 히틀러와 무솔리니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등장이다. 달리오는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등장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 정세는 1930년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포퓰리스트는 공동보다 대립을, 포괄적 행동보다 배타적 행동을 보인다”며 “이들은 적을 만들어 공격하거나 외국인을 배척해 인기를 얻으려는 리더다. 민족주의와 보호주의, 재정적자 확대, 자본 규제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퓰리스트가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만드는 소득 격차 확대는 국가 비상사태”라며 자본주의 개혁을 주장했다.
로저스 회장 역시 최신 저서 ‘위기의 시대’에서 “전 세계 정치인들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실수를 범해 일반적인 불황으로 끝날 위기가 큰 재앙으로 변했다”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지금은 1939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과 비슷하다”며 “이번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동학개미’와 미국의 ‘로빈후더’, 중국의 ‘부추’ 등 코로나19 이후 세계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 군단엔 이들의 경고가 비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닛케이비즈니스는 “버핏은 대공황 때 어린 시절을 보냈고, 로저스는 2차 대전 중 태어났다”며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투자 대가들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