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리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시들해진 분위기다. 안정적인 고정수익 제공을 내세워 저금리 시대 대안처로 부상했지만, 이미 상장한 리츠 상품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매력도가 떨어진 탓이다. 최근 증시 유동성이 미래산업 분야로 크게 쏠린 점도 공모리츠 활성화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21일 마스턴투자운용은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의 상장 절차를 미룬다고 전날 밝혔다. 해당 상품은 프랑스 파리의 오피스 권역인 뇌이쉬르센에 위치한 크리스탈파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재간접 리츠이며, 국내 첫 해외 부동산 리츠로 관심을 받았다.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는 연평균 6%대 중반 배당수익률을 제시했지만, 지난 16~17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관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턴투자운용 관계자는 “최근 상장한 공모리츠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마스턴프리미어1호 리츠도 비슷하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일정을 미루지만, 연내 상장은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통상 공모리츠는 기관투자자 보다는 일반 공모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제시된다. 최근 상장한 공모리츠의 주당 공모가는 모두 5000원으로, 기관투자자도 고정가로 받는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초가도 공모가와 같은 수준에서 결정되기에 기관 입장에서 상장 후 단기차익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 청약 요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아 상장 후에 투자해도 수익률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편이다.
최근 상장한 리츠 상품들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청약 경쟁률 역시 낮아진 관심도를 증명한다. 이지스밸류리츠플러스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76대 1),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54대 1) 등도 이와 비슷하다. SK바이오팜이 수요예측에서 1284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은 더 낫다. 이지스밸류리츠플러스(26대 1), 이지스레지던스리츠(2대 1),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9대 1) 등을 기록해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안정적인 배당을 기본으로 하는 리츠 선호도는 떨어진 상황이다”며 “통상 공모리츠는 일반투자자 수요가 높은 상품인데, 특정 섹터에 관심이 쏠리다보니 리츠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 역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공모리츠 활성화 추진에도 시장의 관심이 소홀해지면서 하반기 상장을 앞둔 리츠상품 역시 고심에 빠졌다. 당장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신한서부티앤티, 코람코에너지플러, 켄달스퀘어리츠 등이 연이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올해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던 굵직한 리츠는 이미 다 나왔다”며 “급하게 상장해야 하는 리츠면 빠르게 진행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시기를 미루거나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