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수도 이전, 국가경쟁력 고민은 있는가

입력 2020-07-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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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와 청와대, 서울에 남은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김두관 의원은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계획은 노무현 정부 때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적극 추진됐으나,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어졌다. 당시 헌재는 수도 이전이 국민투표나 개헌을 필요로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세종시에는 정부 18개 부처 가운데 12개 부처가 내려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연구원 등 15개 국책연구기관도 이전한 상태다. 이곳에 공무원과 연구원 등 2만여 명이 근무한다. 대전으로 옮긴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하고 현재 5개 부처가 서울에 남아 있다.

국가 권력기관과 기능의 분산으로 많은 폐단이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 탓에 장차관과 공직자들이 수시로 서울을 오가면서 시간과 비용 손실이 크고, 막대한 행정력도 낭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수많은 공무원들 가족과 집이 있는 곳은 서울이다.

그럼에도 수도 이전은 간단하지 않다. 국가 백년대계이기도 하거니와 상징성 측면에서 국론분열로 비화할 수 있다. 더구나 여권이 수도 이전을 들고 나온 배경에, 그동안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로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 해소 차원의 접근에 치우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공감할 수 있다. 국토 면적의 10% 남짓한 서울과 수도권에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사는 과밀의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수도권에의 인구 집중은 서울이 정치를 비롯한 경제·금융·사회·교육·문화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이곳에 몰려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에 내려간다고 해서 집값이 잡힐 수 있을까? 그럴려면 서울 사람들이 대거 옮겨 가야 한다. 그 전제는 일자리의 공급이고, 수많은 기업들이 함께 이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럴 확신은 없다. 이 시점에 여당이 수도 이전을 쟁점화하는 것은, 악화된 민심의 돌파구로 삼고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정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을 부동산 문제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수도가 갖는 기능적 관점이다. 서울의 정치·경제·교육 네트워크, 기업활동과 시장 및 금융·인적자원 공급의 효율성, 생산과 고용 등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과 수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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