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2일 국회에서 협의를 갖고 ‘2020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7·10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된 대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어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은 완화된 것이 골자다.
연간 10억 원 이상의 초고소득자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P) 높인 45%를 적용키로 한 ‘부자 증세(增稅)’가 눈에 띄지만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로 올린 소득에도 세금이 매겨진다. 한국판 뉴딜의 뒷받침을 위한 기업 지원 방안으로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신산업 인센티브 강화, 소비 활성화를 위한 신용카드공제 확대 등의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은 8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조세형평성에 부합되게 만든 세법개정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집 가진 사람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세금폭탄이다. 치솟은 집값을 세금으로 억누르려는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내년부터 1주택자는 과표구간별로 0.1∼0.3%P,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의 경우 0.6∼2.8%P 올랐다. 다만 은퇴한 1주택자의 세금부담 완화를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 세액공제율은 10%P 높였다.
양도세율도 대폭 인상된다. 1년 미만 보유주택의 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1∼2년은 기본세율에서 60%로 높아진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도 10%P 인상되고, 대상 주택수에 분양권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반세율(6~45%)에 중과세율을 더하면 2주택은 최고 65%, 3주택은 75%까지 양도세를 물 수 있다.
집에 대한 세금폭탄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율 인상이 다가 아니다. 이미 서울의 다주택자 아닌 1주택자도 다락같이 오른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서울 전체 가구의 16%인 58만 가구가 작년보다 재산세 상승폭 상한선인 30%나 인상된 1기분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15%가량 높아진 공시가격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잡겠다며 공시가격을 서울 공동주택의 경우 3년 연속 10% 이상 올렸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18년부터 매년 5%P씩 올라 종부세도 급증한다. 내년부터는 세율 인상까지 겹친다.
비싼 집 가진 사람, 특히 1주택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세저항의 움직임 또한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 실패로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징벌적 세금을 두들기고 있는 까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고, 세금 중과가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연구분석 결과도 있다.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큰 세제개편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