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물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 구하려다 사망, 의사자 인정해야”

입력 2020-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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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물에 빠진 지체장애인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성을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사망한 이모 씨의 아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씨는 2018년 8월 강원도의 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빠진 지체장애인 친구를 구조하다 사망했다.

정부는 이듬해 국민추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 씨에 대해 '물놀이 중 지체장애 친구가 물에서 나오지 못하자 바다에 뛰어들어 친구를 구조하다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국민추천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후 그의 아내가 보건복지부에 이 씨에 대한 의사상자 인정 신청을 냈지만,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위해 상황 발생'을 사유로 의사자 불인정 처분 결정을 했다.

이에 이 씨의 아내는 "망인은 바다에서 물놀이하다 해수를 마시고 허우적대는 지체장애 친구로부터 구조 요청을 듣고 적극적인 구조를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의사자 인정 요건을 충족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친구의 구조 요청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조를 하다가 구조에 성공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게 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직무 외의 행위로서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의사상자법상 의사상자 제외 사유인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위해를 야기한 사람'으로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씨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고 사망 직후 혈액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로 나온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이 씨와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신 행위 자체가 친구의 급박한 위해 상황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가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음주 직후 바다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친구의 바다 입수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씨의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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