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지체장애인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성을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사망한 이모 씨의 아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씨는 2018년 8월 강원도의 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빠진 지체장애인 친구를 구조하다 사망했다.
정부는 이듬해 국민추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 씨에 대해 '물놀이 중 지체장애 친구가 물에서 나오지 못하자 바다에 뛰어들어 친구를 구조하다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국민추천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후 그의 아내가 보건복지부에 이 씨에 대한 의사상자 인정 신청을 냈지만,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위해 상황 발생'을 사유로 의사자 불인정 처분 결정을 했다.
이에 이 씨의 아내는 "망인은 바다에서 물놀이하다 해수를 마시고 허우적대는 지체장애 친구로부터 구조 요청을 듣고 적극적인 구조를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의사자 인정 요건을 충족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친구의 구조 요청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조를 하다가 구조에 성공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게 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직무 외의 행위로서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의사상자법상 의사상자 제외 사유인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위해를 야기한 사람'으로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씨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고 사망 직후 혈액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로 나온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이 씨와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신 행위 자체가 친구의 급박한 위해 상황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가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음주 직후 바다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친구의 바다 입수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씨의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