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대 기업 텐센트·아이치이, 최근 현지서 활발한 움직임…아직 현지 석권한 기업 없어
스트리밍이 전 세계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중남미와 인도 시장은 넷플릭스 등 서구권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는 중국 양대 스트리밍 업체인 텐센트홀딩스와 아이치이(IQiyi)가 넷플릭스, 월트디즈니와 처음으로 진정한 전쟁을 벌이려 한다고 27일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지배지분을 보유한 아이치이는 지난달 초 넷플릭스에서 동남아 각국 정부와의 교섭을 담당하는 임원을 영입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텐센트는 ‘동남아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말레이시아의 아이플릭스(IFlix)를 인수했다.
또 텐센트와 아이치이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현지 콘텐츠 제작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인력 강화에 나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중국 이외 해외에서는 바로 동남아에서 가장 뚜렷하게 사업 확대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 모두 미디어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가 엄격한 중국에서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 않다. 미·중간의 줄다리기가 치열해진 가운데 동남아가 직접 대결의 장이 된 것이다.
텐센트는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지난달 아이플릭스를 인수했을 당시 “자사의 국제 스트리밍 서비스인 위TV(WeTV)를 동남아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치이는 “다양한 시장에서 고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 스트리밍 시장을 석권한 기업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컨설팅 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에 따르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넷플릭스도 동남아에서는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은 국가가 아직 없다. 미국에서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디즈니+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의 비벡 쿠토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기회를 발견했다”며 “동남아는 중립지대”라고 강조했다.
동남아는 아직도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싱가포르처럼 고소득 국가는 드물고 1인당 평균 소득이 1만 달러(약 1200만 원) 미만인 국가가 대부분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언어가 수백 개에 달하고 정부의 검열도 심하다. 기존 유료 케이블 방송이 매우 저렴하고 어디서나 유튜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비록 요금을 낮게 설정해도 스트리밍 업체들이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훨씬 저렴한 모바일 전용 요금제를 선보였으며 더 많은 양의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필리핀에 현재 약 80만 명 가입자가 있어 확실한 시장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태국에서는 60만 명으로, 라인TV에 이어 2위다.
중국 기업들은 서양의 풍부한 콘텐츠가 집결된 넷플릭스, 디즈니+에 대항하기 위해 현지 제작 콘텐츠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중국의 히트작 라이선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