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도급 계약서 지연 발급한 한진중공업 과징금 부과 적법"

입력 2020-07-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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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부분품 하도급업체에 계약서를 늦게 발급한 한진중공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최근 한진중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한진중공업이 2014~2016년 선박 블록을 만드는 2개 하도급업체와 총 29건의 거래를 하면서 작업을 시작하고 8~57일 지연해 서면 계약서를 발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거래를 할 때 위탁 내용과 납품 시기, 장소, 하도급 대금 등 계약 조건이 적힌 계약서를 작업 이전에 하도급업체에 발급하도록 규정한다. 하도급업체가 계약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작업을 시작할 경우 사업 대금이 깎이거나 작업 내용이 추가되는 등 원사업자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초 약 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한진중공업이 자진 시정함에 따라 40%를 감경한 뒤 자본잠식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다시 70%를 낮춰 최종 3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한진중공업은 "하도급업체가 거래 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은 대금의 인상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선박 건조의 특성상 2개 하도급업체가 독점사업자와 유사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 거래 조건을 협상할 수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개 하도급업체가 담당한 선박 구성 부분품 제조 작업은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실제로 수급사업자들 사이에 이관이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한진중공업과 같은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해당 기간 서면을 지연 발급한 횟수는 총 29회, 거래 규모는 약 50억 원에 달한다"며 "소규모 수급사업자들은 한진중공업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대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진중공업은 이 사건 이전인 2017~2018년까지 서면 미발급, 서면 지연발급, ESC 일부 미지급 등 총 7건의 하도급 관련 위반 행위로 경고와 벌점 등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 사건 행위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과징금 부과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한진중공업이 입게 될 불이익보다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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