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 땐 당분간 채권단 관리체제로 운영
정부가 ‘노딜’(인수 무산)로 기울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딜이 무산될 경우 매각 대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국유화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친 뒤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기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손 부위원장은 “미리 섣불리 이쪽으로 간다, 저쪽으로 간다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입장은 인수 의향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 이후에 애매하게나마 나왔다. 앞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는데, 근거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보다 급격히 악화한 재무구조에 있다. 사실상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선언인 셈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재실사를 요구한 건 사실상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7일 HDC현산의 요청 사항에 대해 “M&A 절차에서 수용 가능 여부에 관한 검토 및 현산 측 인수 의지의 진정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들 채권단이 최대주주가 된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채권단이 HDC현산과 사전에 체결한 계약 내용에 담겨 있다.
금융위는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M&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관계기관 간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에서는 국유화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에 가깝다. 현재 코로나 위기로 항공업계가 상당히 큰 타격을 입었고, 매물에 대한 가치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상황이다. 특히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아시아나항공을 코로나 이전의 가치로 매입할 신규 매수자도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위기에 놓인 대형 항공사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계약이 불발되면 코로나 위기가 종결되기 전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을 위해서라도 채권단이 ‘주식전환권’을 통해 일단은 주식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