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투자는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한 '착한 투자'가 아니다. 불확실한 자본시장 속에서 기업의 존속성을 담보해주는 '지속가능한 투자'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본부장은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리스크 관리'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적인 과제"라며 "ESG 요소를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신재훈 본부장은 자타공인 채권 운용 전문가다. 국내 채권 운용 및 글로벌 채권 자산 배분을 담당하며 현재 6조 원가량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일본 노무라 금융그룹으로 한국 채권 투자를 위탁받아 운용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ESG 채권형 펀드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 자산운용업계에선 ESG 관련 주식형 펀드는 있었지만, 채권형 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성'과 '안전성' 균형을 갖춘 포트폴리오 해답을 ESG에서 찾은 것이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기업의 재무지표만 보고 투자에 나섰다가 한계를 마주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고려한 기업이 다른 곳보다 위기 대응이 돋보인다는 글로벌 리서치를 주목해 국내 시장에 맞는 ESG 채권 관련 벤치마크 개발에 나섰다.
신 본부장은 "오늘날 자본시장은 불확실한 이슈의 연속"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미국 제로금리 시대 도래, 마이너스 유가 등 올해만 봐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예측'보다 '대응의 영역'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재무제표만 볼 것이 아니라 EGS를 고려한 기업의 경영 전략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ESG 펀드 프로젝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됐으며 올해 코로나19로 급물살을 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다.
이에 신 본부장은 "올해 ESG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ESG 투자 여건이 조성되는 중"이라며 "투자자들이 불안정한 시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운용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신 본부장은 "4월 7일 설정된 이 채권형 펀드는 지난 30일까지 현재 2.14%(연 환산 6.79%)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정기예금이 0%로 진입한 상황에서 시장종합지수보다 양호한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투자는 사회적 의무감에서 비롯된 '착한'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위한 '실용적인 투자 기준'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ESG투자 대상을 '착한 기업'에 가둘 것이 아니라 시장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입체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한 기업으로 재설정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아울러 ESG 펀드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적격 발행사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제정한 준칙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ICMA 기준에 부합하는 인증 기관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일부 기관에서 ESG 등급을 발표하는 것이 전부다.
신 본부장은 우선적으로 "ESG 채권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관련 기준과 가이드라인 등이 정립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공적인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 투자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세제 및 비용 등 혜택도 마련해 투자 동력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운용사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신 본부장은 "ESG 채권 투자 필요성 등 투자자 교육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운용사로서 수익성과 안전성을 갖춘 ESG 채권형 펀드의 성과를 실감토록 해 투자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