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향후 3년간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에 최대 ‘25.7조 원’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각 기업이 사업비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부담액과 계획 없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뭉뚱그려 3년간 25.7조 원을 투입한다는 추상적인 숫자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에 편승하기 위해 겉치레로 액수만 키운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5일 과기정통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지난달 15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올해부터 2022년까지 향후 3년간 5G 인프라 건설에 최소 24.5조 원에서 최대 25.7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시 과기정통부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통신 3사가 3년간 5G 인프라 구축에 대한 완벽한 계획이 없었는데, 정부 디지털 뉴딜이 구체화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금액을 제시했다”며 통신3사 대응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후속 대책은 커녕 뚜렷한 인프라 구축 비용도 공개되지 않다보니 ‘깜깜이 5G 투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한다’고 수십조원 투입한다더니 정작 4세대 LTE보다 못한 질 낮은 서비스로 소송까지 빚는 등 국제적 망신을 샀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5G 투자비 줄이는 것으로 발표해 놓고, 갑작스레 정부에 잘 보이려 생색내기 발표를 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문 간사는 “중요한 것은 5G 투자 규모가 아니라 소비자가 5G 인프라 부족으로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부 역시 통신사가 5G 투자비 늘린다고 세금지원 확대로 맞장구 칠 게 아니라 내실있게 사업을 추진하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통신사와 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 확산 등 ‘5G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투자 규모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엇다.
실제 통신 3사는 지난해 5G 인프라 설비투자비용(CAPEX)에 9.6조 원을 투입했다. 이는 2018년도 6.3조 원 보다 무려 3조 원 높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통신 3사는 올해 8조 원 이내로 사업비를 낮추려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세웠던 가이던스(전망치)도 더 줄여야 하는 형편이었다. KT는 올해 3.1조 원, LG유플러스는 2.5조 원으로 설비투자 전망치를 잡았던 것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고, SK텔레콤은 아예 전망치를 공개하지도 못한 채 6일 있을 2분기 실적발표 공시에서나 공개할 방침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올해 가이던스를 작년보다 적게 잡았는데, 정부 ‘디지털 뉴딜’이 발표되더니 갑자기 24.5조~25.7조 원이 정해졌다”며 “실무선에서는 알수도 없는 수치라, 장관과 3사 CEO가 물밑협상으로 투자비를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 역시 “24.5조 원이라는 최대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실무자들은 모른다”며 “장관과 각사 CEO가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액수를 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3년간 최대 25.7조 원이라는 사업비 자체도 실상 놀라운 투자 규모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간 사업비로 구분했을 때 연간 8.1조에서 최대 8.5조 원 정도로, 최대치로만 봐도 2019년 9.6조 원 보다 1.1조 원이 낮은 탓이다. 결국 5G 스마트폰 통신비로 소비자들에게 거둬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25.7조 원이라는 투자비용도 공격적인 투자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5G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4차 산업혁명이나 국가 통신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농어촌 5G 인프라 공동구축, 코로나 공동 대응, 세액공제 등의 사업을 통신사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세액 공제 혜택을 퍼주기 식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신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5G 품질평가’ 등과 연계해 세액공제 등의 혜택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