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들이 전국 방방곡곡 모세 혈관처럼 뻗어있는 점포를 활용해 ‘생활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상품 판매 ‘본캐’에 부가서비스인 ‘부캐’를 더하는 전략이다.
최근 들어 편의점들이 도입한 서비스는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은 치킨 판매와 원두커피, 택배, 공유 차량 서비스, 세탁, 복사 서비스까지 진출하며 24시간 운영되는 슈퍼에서 만물잡화상점으로 변신했다. 스무디킹과 손잡은 이마트24의 ‘숍입숍’ 점포도 이젠 친숙할 만큼 많다.
편의점의 문어발식 서비스 확장에 대해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유통업 질서를 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편의점의 ‘부캐’ 전략은 또 다른 소상공인 가맹점주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점포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매장 간 거리는 좁아졌고, 이 영향에 ‘카니발라이제이션(내부 잠식)’이 나타나면서 점포당 매출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영업 생태계를 뒤흔들던 편의점에도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인근에 문을 여는 응응스크르, 픽미픽미 등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이다. 이들은 빙과류를 정가에서 최대 80%까지 싸게 팔고, 최근엔 맥주와 과자까지 선보이며 편의점 파이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난립에 편의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오픈 취지에 맞지 않게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고, 편의점처럼 거리에 따른 출점 규제도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치킨 판매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당으로까지 변신하는 편의점에 대해 아스크림이라는 ‘본캐’에 과자나 주류라는 ‘부캐’를 더했을 뿐이라고 맞선다면 뭐라 답해야 할까.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인근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생긴 이유 뿐만은 아니다. 이들의 주 2회 의무휴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소상공인의 팍팍한 삶이 윤택해질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없다. 대기업에 ‘악(惡)’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정책보다는 약자 사이의 교통정리가 소상공인에게는 더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