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매물은 급속히 줄고, 신규 전월세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임차임을 보호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임차인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월세 매물이 급속히 줄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큰 폭으로 올려 세부담을 전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갭투자'로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들이 많아 급격한 월세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정부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마포구 상수동의 한 아파트에선 40평대가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250만 원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 아파트 30평대 아파트 중 보증금 1억 원에 월세는 똑같이 250만원인 매물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에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만 적용될 뿐, 신규 계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곳의 전세 시세는 8억 원이다.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250만원을 주임법상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해 전세로 바꾸면 11억5000만 원이 된다.
지금과 같이 신규 전월세 시장에서 집주인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는 월세를 전월세전환율과 상관없이 많이 올려 요구해도 쉽게 계약돼 월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여기는 30평대 전월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기존 세입자가 눌러앉으면서 매물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신규 계약에 대해선 전월세 가격을 월등히 높게 내놓아도 바로 소진되고 있고, 가을 되면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 경우 세입자가 거부하면 되지만 집주인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를 강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고,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많은 월세를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은 집주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한 주임법은 행정법이라기보다는 사인간 거래, 계약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어 과태료 규정을 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4% 수준에서 더욱 낮추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에 대해 집주인들의 집 관리 비용과 기회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적당한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월세전환율을 너무 내리면 전월세 시장이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등록임대 사업자에게 모든 주택의 임대 보증금 보증 가입을 의무화한 것이 다세대 주택 등에선 전세의 월세 전환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다세대 주택 등록임대 사업자는 "보증금 보증 가입 의무가 모든 주택으로 확대 되면 전세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져 결국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를 보완하면서 폐지 대상인 등록임대를 임대의무기간의 절반만 채운 후 등록말소해도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이렇게 되면 중간에 등록임대에서 나와야 할 세입자도 많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등록임대가 중도에 말소되더라도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어 다른 세입자와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집주인이 계속 집을 임대로 돌릴 때의 경우로,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입주한다고 하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도 못하고 다른 집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