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래 가장 좋은 하반기 출발…유동성 확대·주가 회복 덕분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의 집계 결과 최근 6주간 이뤄진 ‘메가딜’ 건수는 8건에 달한다. 메가딜이란 규모가 100억 달러(약 11조8650억 원) 이상인 M&A 거래를 말한다. 이는 2007년 M&A 열풍이 불었던 이래 하반기 M&A 체결 기록 중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인 것이다.
최근 성사된 M&A 중 가장 규모가 큰 거래는 2일 세계적인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 유통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미국 정유사 ‘매러선페트롤리엄’이 운영하는 주유소 편의점 ‘스피드웨이’를 2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양사의 M&A 논의는 봄부터 이어졌지만, 희망 인수가에 차이가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러선이 재입찰에 응한 덕분에 메가딜이 타결됐다.
최근 성사된 메가딜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 연관돼 있다. 올해 반도체업계 M&A의 최대어였던 맥심인터그레이티드프로덕츠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아날로그디바이시스가 200억 달러에 사들였다. 독일 의료기기 기업 지멘스헬시니어스가 164억 달러에 미국 헬스케어 기업 바리안메디컬시스템스를 인수한 것은 최근 유럽시장에서 진행된 M&A 거래 중 최대 규모였다.
M&A 시장에서 메가딜이 잇달아 성사된 원인으로는 유동성 확대와 주가 회복을 꼽을 수 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4월과 5월 M&A 규모는 각각 1000억 달러와 1300억 달러에 그쳤지만 6월과 7월에는 각각 3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네스터 파즈갈린도 UBS 글로벌 M&A 담당은 “4월에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에는 절대로 성사되지 않았을 거래들이 주가 반등 이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M&A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월부터 M&A 계획이 연기된 미국 제약사 써모피셔의 네덜란드 제약사 퀴아젠의 인수 협상이 대표적인 예시다. 써모피셔는 107억 유로(약 14조9400억 원)에 퀴아젠을 인수할 의향을 밝혔지만, 최근에는 퀴아젠의 코로나19 검사장비가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거래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블레어 에프론 센터뷰파트너스 창업자는 “비대면 환경에서 큰 규모의 거래를 진행할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시장을 바꿀 만한 거래는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야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