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소비자 보호에 집중, 한국은 단톡방까지 들여보겠다고 엄포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 부처와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논의를 시작한다. 구체적인 감독기구 기능과 조직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곧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관계장관회의에서 점검해나갈 것”이라며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위한 군불을 떼왔다. 양경숙 의원은 4일 국회 본호의에서 "주택 투기에는 징벌적 과세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거 아니겠냐"며 "부동산 거래를 상시로 감독할 수 있는 부동산 감독원 설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감독기구가 상설화된다면 현재 국토부 내에 설치된 태스크포스인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모태가 돼 그 기능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에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이 파견돼 편법 증여와 불법 전매, 집값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외국에선 부동산 시장을 전담 감독하는 상설기구를 설치한 예는 많지 않다. 뉴질랜드 부동산청, 홍콩 지산대리감관국,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州) 부동산감독원 정도다. 그나마 이들 기관에선 허위 광고 단속, 불완전 계약(상품에 관한 주요 사항을 안내하지 않고 계약하는 것), 부동산 분쟁 중재 등 소비자 보호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감시 대상도 부동산 중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기 억제 수단으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설치하려는 한국과는 결이 다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부동산감독원은 매매자를 감시할 때도 있지만 돈세탁 등 중범죄 행위에 한정돼 있다. 한국에선 9억 원 이상 주택엔 주택 구매 자금 조사를 상시화하려 한다. 국토부는 대응반에게 온라인 카페, 카카오톡 메신저까지 감시시키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과도한 감시가 아니냐는 '빅브라더'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부동산 감독기구가 ‘제2의 일자리 상황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수치를 보이는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최악의 실업난을 겪으며 어느새 유야무야 사라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행정으로 안 되니 이제는 사법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감시기구를 만들어 강압적으로 시장을 잡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수요가 많고 공급이 달리는 지역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