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골판지업체 담합 조사때 브로커 기업서 수억 챙겨...포렌식 수사로 간부 명단 확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행정제재를 낮춰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업에서 수억 원을 받아 공정위 고위 간부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가 경찰에 적발돼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경찰은 공정위 관계자가 로비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전 특수수사과)는 최근 공정위 간부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기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된 브로커 윤모 씨를 수사하고 있다. 윤 씨는 2016년 초 공정위가 국내 골판지 업체를 상대로 담합 조사에 나섰을 당시 코스닥 상장사 A 업체로부터 약 2억 원을 받아 공정위 조사와 행정제재를 낮추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정위는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를 상대로 담합 조사를 벌인 결과, A 업체 등 12곳에 무려 12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A 업체는 윤 씨와 공정위 간부들과의 친분과는 별개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자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 윤 씨 소유의 휴대폰 5~6대를 포렌식 해 공정위 간부들과 나눈 통화 내역을 확보하는 한편 자택 압수수색을 벌여 공정위 고위직을 비롯해 직원들의 명함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윤 씨가 공정위 간부들과 실제 접촉한 정황이 있는지와 (윤 씨가) A 업체에 대한 조사 편의 명목으로 공정위 간부들에게 골프 및 향응을 접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윤 씨 휴대폰에는 공정위 최고위직을 비롯해 고위 간부들과 통화한 내역 뿐만 아니라 골프 및 향응을 제공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윤 씨를 수사 중인 것은 맞지만, 수사 초기 단계라 말할 게 없다”며 “공무원들과의 유착 가능성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