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업체 에이프로젠제약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신용등급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7일 에이프로젠제약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을 ‘B-(상향검토)’에서 ‘B(안정적)’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보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말 정기평가를 통해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기업 신용등급과 무보증 BW 등급으로는 ‘B-’를 유지했다.
이들 두 신용평가사 모두 긍정적 평가와 관련해 에이프로젠의 대규모 유상증자 효과에 주목했다. 회사는 지난달 3일 청약을 완료한 유상증자를 통해 약 2354억 원의 자금을 확충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두 차례 증자로 유입된 자금 1000억 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증자 자금이 소진되지 않아 부(-)의 순차입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수민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증자자금이 추가로 유입됨에 따라, 재무구조 및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고 투자 여력이 강화됐다”면서 “계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증자자금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지만 주요 투자가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나신평 수석연구원도 “2018년 활발한 계열지원에도 유상증자 및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지분매각에 힘입어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 의존도 등 외견상의 재무 비율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면서 “계열지원 규모를 웃도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힘입어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은 1960년 건풍산업으로 설립된 유가증권상장 제약기업으로, 2009년 8월 에이프로젠계열에 편입됐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회사의 최대주주는 계열사인 에이프로젠KIC이며, 지분율은 45.94%(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율 46.02%)이다.
다만 지속된 영업적자와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회사는 2012년 일괄적인 약가 인하 시행 후 에이프로젠제약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신평은 제품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잉여현금창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계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계획과 일정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요 제품 개발 지연 가능성, 개발성과와 판매망 확보의 불확실성 등으로 제품 양산 시점이 미뤄지거나 양산물량 확보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바이오시밀러 관련 투자나 예상치 못한 대규모 신규 투자 등으로 보유 유동성이 현저히 줄어들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도 “회사는 제네릭 중심의 완제의약품 생산기업으로서 국내 제약산업 내에서 50위권 내외의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품목은 없고 주력 품목의 시장 지위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처럼 매우 높은 경쟁 강도와 낮은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위험은 큰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