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보 장교-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 협력 사실 밝혀져…“선거 전략 함께 논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불리하게 하기 위해 민주당 시스템 해킹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러시아와 공모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상원 정보위가 발간한 966쪽 분량의 보고서를 자세히 분석,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 측 인사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했다. 콘스탄틴 킬림닉 러시아 정보 장교와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 선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너포트 선대본부장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기 위해 킬림닉과 협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해킹과 민주당의 컴퓨터 시스템 해킹 등 전반적인 행위를 지시하고 감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참모이자 최측근인 로저 스톤이 유출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을 폭로 전문 단체 위키리크스에 전달하려 노력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 보고서는 매너포트가 2016년 8월 킬림닉에게 대선 승리 전략에 대해 브리핑을 했으며 미시간주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네소타 등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서 트럼프 후보가 이길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매너포트는 이미 불법 대외 로비를 비롯한 다른 혐의에서 유죄를 인정해 재판에서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대선 승리를 위해 공모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은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다닌 꼬리표다. 지난해 4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사이에 많은 접촉이 있었지만, 선거 개입을 공모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뮬러 보고서가 나온 뒤 “완벽한 승리”라며 “어떠한 공모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가 정당한 선거를 방해하려 했다는 증거를 분명히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후 1년이 지나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러시아 스캔들이 실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상원은 고위 인사 간 밀접한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외에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공모했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정보위원회 의원들은 “매너포트 선대본부장이 러시아 정부와 선거 전략을 논의하고 여론조사 데이터를 공유했다”며 “이것은 공모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공모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보고서에도 양당의 입장 차가 반영됐다.
2020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여 앞두고 나온 보고서에 두 캠프의 반응은 엇갈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러시아 정부가 2016년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며 “올해도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강조해온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