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재판 거치며 유무죄 일부 뒤집혀
도매점 영업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매출 목표를 강제로 할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중호(67) 국순당 대표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1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배 대표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순당 임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배 대표 등은 2008∼2010년 도매점들에 매출목표를 할당하거나 매출이 저조한 도매점들과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끊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2014년 기소됐다. 또 도매점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는 도매점주들의 거래처와 매출에 관한 정보를 경쟁 관계인 자사 직영점에 넘긴 혐의도 받았다.
1ㆍ2심에서는 국순당의 행위가 도매점들의 영업을 방해했는지가 주로 다뤄졌다.
1심은 "국순당이 도매점들에 매출 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라고 독려한 것만으로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배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정도의 '위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일부 무죄 판단을 내리고 형량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국순당이 퇴출대상으로 지목된 도매점에 공급물량을 줄이고 전산을 차단해 폐점을 종용한 부분 등 영업비밀누설 혐의는 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영업비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돼야 하는데 도매점들은 국순당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관리해 온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3자가 전산시스템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했다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국순당과 도매점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비공개 의무를 갖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는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순당 법인에 대해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도매점에 공급물량을 줄이고 전산을 차단해 문을 닫게 한 부분 등만 유죄로 인정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벌금형을 선고해달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유사한 사건에서의 양형 예들을 종합하면 징역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