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은 방안을 밝혔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시행 등 잇따른 규제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세입자 부담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금 대비 월세비율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규제에 나선 것이다.
현재 전월세전환율은 기준금리(연 0.5%)에 3.5%포인트(P)를 더한 4%다. 이를 1.5%P 하향한다. 가령 기존 전세를 월세가 포함되는 반전세로 바꿔 보증금이 1억 원 줄면, 월세로 부담하는 금액이 현재 연 400만 원(월 33만 원)에서 250만 원(월 2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정부는 10월부터 전월세전환율 2.5%를 적용하기 위해 입법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다. 그러나 시장은 또다시 정책효과에 의문이라며 혼란이 가중할 것이란 반응이다. 우선 사적(私的)인 전월세 계약에 법정 전환율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가 논란을 빚는다. 지금도 시장의 실제 전월세전환율은 4%보다 훨씬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5.9%다. 서울의 경우 5.0%였지만 다른 지역은 7∼8%대가 수두룩하다. 월세를 전세로 바꾸고 보증금을 크게 올려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시세를 벗어나 법정 전환율을 지키지 않은 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임차인이 분쟁조정위원회에 갈등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임대차 3법과 맞물려 임대인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만큼 전월세 시장의 공급이 줄어들 공산도 크다. 이런 현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전셋값 인상이 제한되고 계약갱신 요구를 받는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도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미리 전셋값을 올려 지난주까지 59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실거주 요건 강화로 임대 물량도 급격히 감소한 통계도 나와 있다.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가 살겠다고 하거나 빈집으로 놔두는 경우도 속출할게 분명하다. 매물 잠김으로 전세난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본인이 거주한다’는 식의 편법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입자 퇴거 이후 일정기간 주택의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열람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만 키울 뿐 어떤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주택시장 규제를 내놓고, 부작용을 땜질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가격을 정하는 더 강한 반(反)시장 규제를 또다시 남발한다. 주택 임대차 시장이 더 불안해지면, 정부가 보호하려는 세입자의 고통이 가중하는 역효과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