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자제" 강조하고 염수정 추기경 등 10여명과 식사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일부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주교 지도자들을 청와대 초청해 "모범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1시간 20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한국 천주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현 정부에서 한국 천주교 지도자를 초청한 행사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에서 미사를 중단하는 등 천주교가 정부의 방역지침에 적극 협조하고 자체 방역 관리에도 노력한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이번 주가 고비인 만큼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천주교가 모범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천주교가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국민을 다독이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도 앞장 서달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에 대해 "지난해 7월 ‘한국 교회 주요 교단장 초청 간담회’와 ‘한국 불교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이은 종교계와의 소통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국 확산에 대해 광화문 집회와 연계된 일부 교회 등 개신교 책임론이 일고 있는 와중에 천주교만 따로 초청해 대통령이 '모범'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로 모임이나 회식 등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10명이 넘는 사람들과 식사를 겸한 회동을 가졌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김준철 신부 등 천주교계 지도자 9명과 대통령 비서실장, 시민사회수석,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주교회의 측에서 준비한 ‘묵주 기도의 모후’라는 제목의 성화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성화는 지구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는 내용이다. 팔목에 찬 묵주의 메달 문양은 한반도 지도로 남북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