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서울 강남 4구 등 인기지역 하반기 주택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이상 급등하고, 수도권은 2.5%, 지방은 0.1% 상승하는 데 그쳐 양극화도 심화한다는 예상이다. 입지선호가 뚜렷해지고 정부 공급대책에 대한 수요자들의 실망이 큰데 기인한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정부 장담과는 반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정부 부동산대책 영향 분석 및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정책변화에 따른 경기변동을 예측하는 동태적·확률적 일반균형(DSGE)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 분석에서 작년 ‘12·16 대책’으로 진정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이 최근 ‘6·17 대책’과 ‘7·10 대책’ 이후 급상승으로 돌아섰다. 정부 대책이 나오면 2∼3개월 관망기가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전혀 대책이 먹히지 않고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동시에 급등하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발적 정부대책으로 인한 혼란과 극단적 규제에 따른 불안이 ‘패닉바잉’을 유발한 것이 근본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주택 공급물량의 부족, 3000조 원이 넘는 시중유동성, 3기 신도시의 대규모 보상금 지급, 다주택자 매도에 대한 지방 현금보유자들의 신속한 매물 소화 등도 지적됐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7월 전국 주택매매량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14만1419건을 기록했다. 6월보다 2.1%,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무려 110.0%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서울 거래량이 2만6662건으로 전달보다 37.0%, 전년 대비 117.5% 급증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거래량은 7만5725건으로 전월에 비해 0.3%, 전년 동월대비 119.7% 늘었다. 규제의 약발이 없고,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불안에 따른 패닉바잉과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시장 불신이 심각한 상황임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정부는 끊임없는 규제 일변도다. 한경연은 주택대출 금지·제한 등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사다리까지 없애는 극단적 규제가 오히려 구매심리를 자극한 게 패닉바잉으로 나타났고, 앞으로도 추격매수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도 적절한 공급의 뒷받침 없이 수요만 억누르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은, 정부 의지와 거꾸로 집값 폭등과 계층·지역간 양극화, 장기적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의문인 공공주도형의 공급대책보다는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주도의 공급 확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출규제 유연화, 다주택자 매도의 퇴로를 열어주는 양도세 조정 등으로 시장의 공포심리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