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거래 등 각자 역할 수행할 것”…인도에선 기존 금융 허점 채우는 역할로 기대↑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CBDC가 나와도 기존 가상화폐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가상화폐 대명사인 비트코인과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가 각각 투기와 거래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갖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왔다. 라잔 전 총재는 “비트코인은 대규모 거래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적 자산”이라며 “사람들은 채권 등 전통적 투자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비트코인으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은 그런 의미에서 금과 비슷하다”며 “많은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믿어 바로 가치가 생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라잔 전 총재는 “가상화폐 하나가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한다면 문제가 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가상화폐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경쟁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관측했다.
CNBC는 통제가 덜한 대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를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BDC는 기존 화폐처럼 중앙은행이 유일한 발행기관이다.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특정 발행 주체가 없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인도에서 가상화폐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는 그만큼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도에서는 중앙은행(RBI)이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관련 업체의 거래를 금지한 것에 대해 3월 초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가상화폐 사업이 급성장했다. 가상화폐 분석사이트 유스풀튤립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에서 암호화 자산 중개 서비스를 취급하는 서구 기업 2개사의 비트코인의 거래액은 1626만 달러(약 192억8436만 원)에 달했다. 이는 3월 거래액보다 2배가량 많은 액수다.
현지 중개업체들도 현재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DCX는 거래 금지 조치가 해제된 후 미국 베인캐피털 등 해외투자자로부터 550만 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금은 일일 거래액이 최대 1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인도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예금 대신 금과 부동산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루피화의 가치가 불안정해지자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금 대신 가상화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