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비대면 위주의 산업지도를 바꾸면서 IT와 유통 산업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IT 대장주인 네이버가 유통 강자가 떠오르고, 아마존과 쿠팡이 IT 기업으로 분류되는 등 시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이에 주가 부진에 빠진 홈쇼핑주도 체질 개선에 나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내 대표 홈쇼핑주인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올해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여파에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특수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GS홈쇼핑의 2분기(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7.3% 증가한 41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취급액은 1.3% 오른 1조1341억 원을 달성했지만 매출액은 3043억 원으로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연결) 현대홈쇼핑은 매출액이 569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5.2% 감소한 4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위성 송출료 환입이 반영되면서 올해 역신장했지만, TV홈쇼핑 및 T-커머스ㆍ모바일 등 주요 사업 실적은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처럼 홈쇼핑주는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년 2개월 만에 2400선을 돌파한 지난 11일, 지수는 전일 대비 1.35% 올랐지만,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각각 1.1%, 0.5%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GS홈쇼핑은 전일 대비 0.45%(500원) 오른 11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GS홈쇼핑은 코로나 폭락장(3월 20일 8만6500원) 이후 29.2% 반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폭(48.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23.7%나 빠졌다.
현대홈쇼핑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날 현대홈쇼핑은 전일 대비 0.86%(500원)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26.3% 감소했다. 3년 전(2017년 8월), 14만800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같은 주가 움직임에 대해 시장전문가는 홈쇼핑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네이버쇼핑, 쿠팡 등 이커머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홈쇼핑은 TV 플랫폼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성장성도 정체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네이버쇼핑을 발판삼아 실적ㆍ주가 모두 챙기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은 역시 20년 이상의 업력으로 온라인을 대표하는 유통 채널 중 하나지만 TV 방송과 상품 카테고리의 한계로 언택트 소비 트렌드를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홈쇼핑기업들도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GS홈쇼핑인 경우, 기존 벤처투자팀, M&A팀, CoE(Center of Excellency)팀을 한데 모아 ‘이노베이션 플랫폼사업부’로 일원화했다. 기존 아웃소싱에 의존했던 IT 부문을 강화해 모바일 등 뉴커머스 채널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회사는 B2CㆍC2C, 플랫폼 등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AI,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등 다방면에 걸쳐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협업하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공격적인 M&A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혁신적 사고와 실행을 바탕으로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며 “미래 유망사업에 대한 M&A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선 회사가 홈쇼핑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을 토대로 M&A 및 자회사 출자에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