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게이트’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다. 그도 그럴 만하다. 옵티머스의 전현직 임직원은 대부분 한양대 출신으로 현 정부 실세와 학맥·인맥으로 얽혀 있다는 의혹이 있다. 2018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국외로 나가 행방이 불분명한 이혁진 전 대표는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현 정부를 흠집을 내려 꺼낸 얘기는 아니다. 비리가 있다면 검찰 조사나 국정감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다만 정권마다 반복되는 부패(Corruption)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궁금할 뿐이다.
부패는 사회적 비용을 잉태한다. 세계은행은 직접적인 비용이라 불리는 뇌물의 사회적 비용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라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이보다 많은 5% 수준으로 봤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부패는 직접 비용뿐만 아니라 국가와 정부의 여러 기능도 무기력하게 만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패: 비용과 경감 전략(Corruption: Costs and Mitigating Strategies)’이란 보고서에서 부패가 정부의 핵심 기능을 마비시키고 세금 납부자들의 납부 동기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부패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정부 세수가 GDP의 0.8%포인트가량 늘어난다는 실증결과도 내놨다.
이뿐인가. 국민의 윤리의식을 떨어뜨려 공동체 기반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나 신인도 등에도 치명적이다.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국제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끊이지 않고 터지는 관료 부패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한국의 부패가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줄어도 연간 잠재성장률이 4%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부정·부패는 고질이다. 수치가 말해 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는 OECD 35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있다. CPI점수는 59점이었다. OECD 국가 평균(68.1점)에 한참 못 미친다.
누구나 다 아는데도 부패 청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몇몇 비윤리적 정치인이나 관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정부패는 매우 뿌리깊고 복잡한 사회현상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게 행태의 문제다. 연줄을 통해 자기 몫 이상을 챙기는 ‘지대추구(Rent-seeking)’의 행위다. 여기서 ‘렌트(Rent)’는 임대료가 아니고 ‘경제적 지대’로서 정당한 몫 이상을 의미한다. 지대 추구는 1960년대 말 공공선택이론의 대가인 고든 털럭 교수가 처음 소개했다. 그는 지대 추구란 사회적 또는 정치적 여건을 조작해서 생산성에 별 기여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기업 등)의 이익을 가로채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이명박 정부의 정경유착이라는 부정부패의 고리가 대표적인 예다. 신한금융이나 우리은행처럼 권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취업을 청탁하거나 경쟁에 개입하는 것도 넓게 보면 지대추구 행위로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부패가 고질병처럼 싹트는 데는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어서다. 김준경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재임 시절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득권 집단의 ‘지대 추구’ 행태가 경제의 효율성을 막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초래하고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권력의 사유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보수 정권이 물러났지만, 국민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진보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걱정스럽다. 지금이라도 먼저 정부가 나서 부패의 사슬을 끊고 구조개혁을 이끄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민간 부문의 각성도 요구된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은 물론 지속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거나 기업 투자 활력을 꺾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 외국 자본이 투자할 리도 없다.
그러려면 사회구성원 모두 생각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부패가 사회와 경제를 좀먹는 악이라는 인식이다. 경험적으로 부패는 경쟁질서를 교란하며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