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향방은? …전셋값에 달렸다

입력 2020-08-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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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진단도 있지만 안정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연이어 나온 역대급 규제에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사실상 멈췄다고 보고 있지만 잡히지 않는 전셋값이 매매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8을 기록했다. 지난달(120) 전망치보다 떨어진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 6월(130)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7·10 대책 이후 줄곧 둔화세다. 7월 6일 기준 0.11%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02%로 미끄러졌다. 7·10 대책 발표 5주 만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 상승폭은 보합(0.0%)으로 전환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숨고르기를 보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책 강도가 세서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은 사실상 상승세를 멈췄다"며 정책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치지 않는 2030세대의 추격 매수와 풍부한 유동성 등 집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가격이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은 거래가 위축되면서 숨고르기 장세를 보이겠지만 시중의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3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지속되고, 중저가 아파트는 거래가 꾸준할 것으로 보여 위축의 정도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60주 연속 치솟고 있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하방 압력을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전셋시장은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가격이 상승 장세에 있는 와중에 정부가 임대차법 시행을 강행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로 5% 이상 전셋값을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은 너도나도 호가를 높여 세입자를 들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처음으로 5억 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선 가을 이사철이 오면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해 전세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지역 전세 품귀와 가격 상승 영향에 신도시와 경기도의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됐다"며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임차인들이 대거 매매시장으로 이탈해 매물 부족 현상이 전세·매매시장 모두에서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전셋값 상승폭 확대는 매매시장에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꺾인다고 해도 전셋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표준임대료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사실상 가격 정찰제여서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논란과 함께 임대주택 물량 감소, 질적 하락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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