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경제장관 갈등 표면화…헤알 폭락 우려 고조

입력 2020-08-31 10:45수정 2020-08-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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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올해 하락률 30% 달해

▲자이르 보우소나루(왼쪽) 브라질 대통령이 4월 1일(현지시간) 언론 성명에서 경제 대책을 설명하는 파울로 게지스 경제 장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흔들리는 브라질 경제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의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통화 가치가 폭락, 시장 및 경제 상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게지스 장관은 지난 28일 경제계 인사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우리의 머리에 천장이 떨어지지 않도록 바닥 또는 천장을 고정해야 한다”면서 “이 나라에서 ‘천장’이라고 불리는 재정 지출의 상한선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에서 차기 대선을 내다보고 현금 지급 정책 확충을 도모하는 가운데, 재정 규율을 중시하는 게지스 장관이 여기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보우소나루 정권은 2016년까지 집권했던 좌파 진영이 세운 저소득층 대상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방침을 뒤집고, 일찍이 비판했던 선심성 강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빈곤 가정을 위한 현금 지급 정책 보르사 파밀리아를 쇄신, 지급액을 증액하거나 지급 대상을 확충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것이다.

현지 지역지 폴랴지상파울루에 따르면 가구당 현금 지급액을 매월 300헤알(약 6만6000원)로, 현행 수준보다 60% 가까이 늘리고, 지급 대상도 기존 1420만 가구에서 약 4~6%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데다가,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목표로 삼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사람이 게지스 장관이다. 그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현금 지급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보우사 파밀리아 재원과 관련해 기존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지급액을 일시적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프로그램 축소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각각에 대한 지급액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에게서 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나눠 줄 수는 없다”면서 “경제부가 제안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달러당 브라질 헤알 가치 추이. 단위 달러당 헤알. 8월 28일(현지시간) 종가 5.3893헤알.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브라질은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의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는 상태다. 이에 시장에서는 재정 적자 확대를 우려한다. 또 이번 정권의 행보에 반대의 뜻을 표명한 게지스 장관은 경제계와 투자자들의 신뢰도 두터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개혁 노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재정 적자 요인이 되고 있던 연금 제도의 개혁을 주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선 대립이 표면화하면서 개혁 노선이 정체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미 미국 달러 대비 헤알 가치는 올 들어 지금까지 30% 이상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개혁 성향의 게지스 장관이 현 정권을 떠나면 추가적인 통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앞서 4월 말 게지스 장관 하차설이 한 차례 나돌 당시에도 브라질 헤알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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