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ㆍ권양숙 미행 지시 혐의 1심 뒤집어 무죄 판단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형량(징역 7년·자격정지 7년)보다 자격정지 기간만 다소 줄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2년을, 민병환 전 2차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차문희 전 2차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은 징역 2년 4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보기관의 정치 관여 문제로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고 그 명칭이나 업무 범위를 수차례 바꾼 과정 등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 관여는 어떤 형태든 매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정치 관여 목적이 명백한 '국가발전미래협의회'(국발협)라는 민간단체를 국정원 주도로 설립하고 운영자금도 지원한 것은 대단히 잘못"이라며 "국고손실 금액도 많고 유죄로 인정된 뇌물액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국정원 직원을 시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권양숙 여사를 미행하게 했다는 등의 직권남용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또 국정원 예산 28억 원을 메리어트 호텔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유용한 혐의는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봤다.
원 전 원장 등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외곽팀에 799회에 걸쳐 총 63억6200여만 원, 우파 단체에 20회에 걸쳐 1억5200만 원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을 '제압'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명진 스님과 배우 문성근 씨, 권양숙 여사 등 민간 인사까지 무차별 사찰한 '포청천 공작'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2억 원과 현금 1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을 교체하는 등 인사에 불법 관여한 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 등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