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 전망이 암울한 와중에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을 주도한 건 ‘개미’들이었다. 개미들의 전례 없는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총 거래량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한 비중은 19.5%로 전년 동기의 14.9%에서 늘어났다. 2010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 투자가가 주도하던 미국 증시판에서 개인들이 영향력을 키운 것은 무료 거래 앱 등장, 기술주 주도 강세장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집콕’ 증가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주식 중개거래 업체인 로빈후드와 찰스슈왑의 주식 거래 주문을 실제 처리해주는 업체인 시타델시큐리티의 조 매케인 책임자는 “작년 말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슈왑 등이 수수료를 없애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를 더 쉽게 만들었던 1990년대 닷컴 버블과 유사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거래 중개 수수료 ‘0원’을 발판 삼아 증시에 발을 들인 개미 군단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이들이 증시 주가를 들썩이게 만드는 일명 ‘로빈후드 이펙트’를 일으켰다.
닉 매기울리 리트홀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월 19일~8월 11일 동안 로빈후드 사용자들이 특정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부 주들을 중심으로 로빈후드 이펙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제약사로의 변신을 발표했으나 사전 정보 유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조사를 받고 있는 ‘이스트만코닥’,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전기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 ‘노바벡스’ 주가 흐름이 로빈후더들의 매매 방향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매기울리 COO는 “애플, 테슬라 등 대장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약했지만 중소형주들에는 로빈후더들의 영향력이 분명히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개인 투자 붐이 사상 최고치의 ‘다크 풀(Dark Pool)’ 거래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명암을 남겼다고 WSJ는 지적했다. 다크 풀은 정규 거래소가 아닌 사설 장외 시스템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다. 온라인 중개소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를 주로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몰아주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로젠블랫증권에 따르면 7월 다크 풀 거래량이 43.2%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소액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나이티드항공 주식이 다크 풀에서 많이 거래됐다. 7월 한 달 동안 유나이티드항공 주식 총 거래량 가운데 다크 풀 거래량이 62.6%에 달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증권거래소는 다크 풀이 시장 투명성을 저해한다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