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사용 증가와 함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전송 수수료가 폭등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전송 수수료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섣불리 수수료 인상을 했다가 사용자 불만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에 따르면 4개 거래소 모두 이더리움 전송 수수료는 0.01이더(Ether)로 책정됐다. 이는 수년째 지속해 온 것으로 원화로 약 5550원(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수준이다.
블록체인에서 전송 수수료는 네트워크의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네트워크 사용량이 적을 때는 낮아지고, 사용률이 증가하면 경매방식으로 높아진다.
이더리움은 올해 5월부터 네트워크 사용률의 90%를 넘기기 시작해 이달 1일 96.97%로 사용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수수료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으로 26.5%를 차지했고, 달러 가치 고정 코인인 테더(USDT)가 10.76%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유니스왑과 유사한 서비스로 급격히 성장한 '김치 파이낸스'와 '스시스왑', 탈중앙화 거래소 '1인치', P2P대출 '아아베(AABE)' 등이 상위 15위 권에 올랐다.
디파이 프로젝트의 증가로 이더리움 네트워크 과부하가 일어나면서, 경매방식을 취하고 있는 수수료 시장도 폭등하고 있다.
이날 이더리움 네트워크 통계사이트 이더스캔에 따르면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평균 수수료는 471지웨이(Gwei·가스 가격)로 법정화폐로 환산시 33달러(3만9144원) 수준이다.
단순 전송 수수료도 평소보다 최대 50배 이상 높아졌다.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는 단순 전송 수수료로 0.009~0.01이더(5550원)를 권장하고 있다. 평소 100~200원이었던 것에서 폭등한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0.01이더로 이더리움 전송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전송이 빠르게 되지 않을 때 불만 고객이 늘 것으로 대비해 권장 수수료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송이 이뤄질 때마다 손해인 셈이다.
그렇다고 수수료를 즉각 올리기도 부담스럽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과부하가 해소되면 다시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사용자들의 심리적 저항에 따른 고객 이탈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이더리움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거래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충분히 충당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과부하가 심할 때는 손해를 감수하고 전송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당분간 수수료 인상을 계획하고는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