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30)씨는 펀드 계좌 잔고를 보면 걱정이 든다. 지난해 말 일몰전 부랴부랴 가입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때문이다. 지난 3일까지 15% 가까운 수익을 냈지만,주말을 앞두고 조정을 받은 테슬라·애플 등이 추가 하락 한다면 수익률이 뒷걸음 할 수 있다. 이미 베트남, 브라질 관련 펀드에서 많은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직구족(族)이 되지 못해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나친 매수에 대한 두려움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미국증시가 흔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북미와 중국펀드 가입자들은 웃고 있다. 지난해 비과세 혜택 막차로 인기를 끌던 베트남 등 신흥국 펀드는 골칫덩이가 됐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71개 중국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5.10%(3일 기준)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북미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7.8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9.67%)는 물론 해외 주식형 펀드(14.34%)의 수익률을 모두 웃도는 성적이다. 반면 일본펀드(-5.52%) 유럽(-7.15%), 인도(-4.18%), 베트남(-7.05%), 브라질(-30.70%) 등은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별 중국 펀드의 성적을 살펴보면 중국 대표 바이오주에 투자하는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UH)[주식]종류A-E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무려 66.66%에 달했다. 이 펀드는 백신생산업체 충칭 지페이바이오제약와 월박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을 담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수혜를 봤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e는 연초 이후 59.11% 수익률을 기록했고,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과 핑안보험 등에 투자하는 KB중국본토A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C-F의 수익률은 51.58%에 달해 그 뒤를 이어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펀드와 북미펀드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최근 이들 국가의 증시가 코로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11.86% 넘게 올랐으며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9월 첫날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의 선행시장으로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경기회복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코로나 통제력‘이 유지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펀더멘탈 개선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증시의 주요 리스크였던 미·중 무역분쟁도 코로나 여파에 더 격화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중국과 북미펀드에 긍정적 요소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1단계 무역 합의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하고, 계속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양국에 있어 보인다”며 “당분간 새로운 관세 부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