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탈환’ 윤종규 3연임 유력…‘순익 1위’ 허인 행장 연임 청신호
◇사모펀드 사태 비켜간 KB금융 인사=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CEO 인사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KB금융지주다. 윤종규 회장은 이달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데 회사 안팎에서는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특히 올 2분기 경영 실적이 개선되며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농협)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리딩 뱅크’ 위치를 탈환한 게 호재다. 무엇보다 경영진 간 다툼인 ‘KB사태’ 직후인 2014년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오른 후 조직을 안정적으로 추스르고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현대증권(KB증권)·LIG손해보험(KB손보),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이끌었다. 내부에서조차 ‘어회윤’(어차피 회장은 윤종규)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 때문이다.
때문에 다음인 허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그룹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확정되면 곧바로 다음 국민은행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허 행장은 2017년 이후 국민은행 경영을 맡았고 지난해 1년 연임을 보장받았다. 다른 시중은행이 사모펀드 사태로 곤욕을 치를 때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고객 피해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KB금융 내부적으로는 경영의 연속성과 성과를 놓고 판단했을 때 허 행장의 연임이 유리해 보인다. 허 행장 임기 동안 순이익 1위를 탈환했고, 약점으로 지적되던 해외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휩쓴 각종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KB국민은행은 자유롭다.
◇내년 초까지 ‘인사태풍’ 예고 = 다음 달 10일 임기를 마치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은 3년간 금호타이어와 한국GM, STX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매각, 두산그룹 구조조정 등 산은이 채권단으로서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해결사’ 이미지가 강한 이 회장이 3년 더 자리를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도 내년 4월 말 연임 임기를 마친다. 농협금융 회장은 3연임한 전례가 없다. 관례대로라면 김 회장처럼 경제관료 출신이 새 회장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장 중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12월에 끝난다. 진 행장은 현재 2년간의 첫 임기를 보내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진 행장과 지 행장, 권 행장은 모두 연임 가능성이 있는데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최근 터진 사고에 대한 책임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10월 임기를 마치고,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내년 1월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등 외국계 은행들도 CEO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도 대부분 내년 초 임기 종료를 맞는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이 모두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금융공기업 인사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임기 만료는 각각 11월과 내년 3월이다.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4월 총선 때 낙선한 전직 여당 의원이나 현직 경제관료가 올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차관급 관료 출신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부임한 사례가 많아 손병두 부위원장이나 정완규 사장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CEO 교체로 조직에 무리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적 경영 상황을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일부 회사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