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레이스, 냉동고 쟁탈전으로 비화

입력 2020-09-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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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최대 영하 80℃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병원, 백신 전용 냉동고 구매 고려·물류회사, 냉동농장 건설 중

▲네덜란드 펜로에 있는 UPS의 ‘냉동농장’. 이곳에 있는 냉동고는 영하 80℃의 초저온이 요구되는 백신과 약품들을 저장할 수 있다. 사진제공 UP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레이스가 냉동고 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임박하면서 제약사들이 심각한 난관에 직면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바로 냉동고 확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계약을 미리 싹쓸이하면서 드넓은 미국 전역으로 3억 명 분의 백신을 안전하게 배달하는 게 급선무다.

WSJ에 따르면 일부 제약사는 현재 백신 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최대 영하 80℃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슈퍼마켓에 아이스크림과 냉동 스테이크를 배송할 때와 비슷한 성능의 특수 냉동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와 화이자가 각각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mRNA라는 새로운 유전자 기반 기술에 의존하는 데,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은 영하 60~80℃의 초저온에서 저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감당할 만한 특수 냉동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예방 접종은 병원과 약국, 진료소 등에서 이뤄질 예정인데, 이들 장소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만한 특수 냉동고가 거의 없다.

이에 미국 공중보건 당국과 제약업체, 운송업체는 협업으로 코로나 백신을 저온에 저장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 ‘콜드 체인(Cold Chain)’ 구축에 분주하다. 일단 병원은 장비와 보관 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백신 전용 냉동고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운송업체와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이동식 냉동고를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인 ‘냉동고 농장’을 건설 중이다.

한 제약업체는 백신을 최소 열흘간 차갑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특별 용기를 만들었다. 백신 업체들은 높은 기온에서도 접종 장소로 안전하게 백신을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백신은 유제품이나 육류와 비슷하게 일정한 온도로 보관돼야 화학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독감과 수두 등 기존 전염병 예방 백신도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저온이나 초저온에서 보관돼야 한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백신들을 어떻게 적절한 온도로 유지한 채 일선 병원까지 운반할 수 있는지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되는 만큼 이를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상세한 정보를 일선에서 아직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코로나19 백신은 저온에서 보관해도 사용 기간이 짧다. 초저온으로 보관하면서도 대량으로 배포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망과 저장 시스템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내 4000개 이상의 병원에 의료용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프리미어의 차유 파월 부사장은 “3억 명의 미국 성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물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가정에서 1시간 거리의 장소까지 어떻게 백신을 보내야 하는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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