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코로나19가 일깨워 준 또 하나의 가치 ‘자치분권’의 힘

입력 2020-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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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

재난 극복의 주체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성공을 인정받고 있는 ‘K-방역’ 사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방역시스템 체계를 갖췄기에 가능했다. 지방자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행보가 이만큼 중심이 된 적이 있었나 싶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 빠르게 확진자 발생 내용과 이동경로를 파악해 주민에게 유의할 사항을 알린다. 주민들은 중앙정부의 발표보다는 지방정부의 안내문과 홈페이지 공개 현황, 지방 공무원들의 조치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코로나 상황에서 국가보다는 내가 사는 지역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재난극복을 위한 효과적 정책과 아이디어도 현장과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 주도로 나온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설치한 고양시,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임대료를 낮춘 ‘착한 임대료와 착한 소비, 해고 없는 상생 운동’을 펼친 전주시,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민생 안정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적 실험에 나선 것도 경기도 등 지방정부였다.

방역 행정의 일선에 선 지방정부는 현장의 실상과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제시하고 선제적으로 실천했다. 지방정부가 현장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현장에서 답이 나온다.

현장에서 코로나에 대처하는 지방정부의 모습은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분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실질적 자치분권은 살아나는 느낌을 준다. 행정 현장에서 20년 넘게 보낸 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 중요한 페이지를 남길 것으로 확신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치분권이 강화돼야 할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방정부가 정책과 현안을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패러다임으로 온전한 지방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출발점은 지방자치법의 조속한 개정이다. 강력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제도로 강화시켜야 한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를 대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문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하는 등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표방해왔다.

이와 관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행정권한과 지방재정력 확충, 주민자치 강화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자치분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 함께 표기할 수 있는 근거 조문도 신설했다.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는 지방정부 위상에 걸맞지 않는 중앙정부 관점의 용어로 ‘지방정부’로 바꿔 위상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가 위 글에서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라고 앞서 지칭한 이유이다.

‘지방정부’가 현장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해 긴급한 재난 극복, 살기 좋은 공동체 인프라 구축, 차세대 인재 육성 등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제도와 토대가 절실하다.

‘자치(自治)’는 자기의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자치는 ‘스스로’의 뜻이 강하다. 코로나19가 일깨워 준 또 하나의 가치 ‘자치분권’의 힘으로 주민의 오랜 숙원 사업을 스스로 해결하고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스스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지역경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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