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춤판 워크숍’ 등 논란을 일으킨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보조금 일부를 환수 조치했다.
8일 중기부는 소공연에 시정명령을 통보했고, 배동욱 소공연 회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기부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소공연을 특별점검했다. 6월 말 강원도 평창 한 호텔에서 개최한 ‘전국 지역조직 및 업종단체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걸그룹을 초청해 공연을 즐긴 게 발단이었다. 배 회장 취임 뒤 가족이 운영하는 화환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문제와 관련해 소공연 노동조합이 배 회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특별점검의 이유가 됐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7조 1항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업무의 시정과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연합회가 제1항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임원의 해임 또는 연합회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근거해 중기부는 소공연에 시정 명령을 내렸고, 배 회장에 경고 조치를 했다. 보조금으로 구매한 도서를 워크숍 현장에서 판매해 수입으로 처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금액을 환수 조치했다.
중기부가 배 회장의 해임이나 연합회의 해산을 명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소공연 조직의 자립과 존립 능력이다. 소공연 노조는 지난달 말 임시총회를 열어 배 회장의 임원 해임(탄핵) 안건을 처리하려다 코로나 사태로 연기했다. 이렇듯 내부에서 충분히 배 회장에 대한 불신임과 그에 대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자율적 운영 역량에 무게를 두고 봤다”며 “해임이나 해산은 조직이 자립할 능력이 없을 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배 회장의 해임이나 소공연의 해산을 명할 시 중기부가 행정소송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소공연은 중기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 받고, 관리 감독을 받고 있긴 하지만 성격은 민간 법정 단체다. 이 때문에 중기부로서는 행정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돼야 ‘마지막 카드’인 해임이나 해산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해임이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 만큼 계속 예의주시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공연 노조는 성명을 내고 배 회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노조는 “중기부의 이번 조치는 정부 부처로서 현재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배동욱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사상 초유의 ‘엄중 경고’를 받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달 7일 배 회장이 조직개편을 단행해 소공연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실장으로 업무수행을 하던 직원을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팀원으로 격하시키고, 노조 위원장을 본부장급에 앉히는 등 노조 와해를 획책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인사로 어떻게든지 이 상황을 모면하고 직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기부 감사 결과로 배 회장은 사실상 중기부에 의해 해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하고, 지금이라도 조직을 원상복구 시킬 것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