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은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피터 그라우어 블룸버그 회장은 8일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20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투데이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축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성 평등 수준이 높은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성 평등을 이룬 기업일수록 높은 생산성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피터 그라우어는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투자 대상 기업의 성 평등 지수와 같은 통계를 살펴본다. 투자자들이 이런 통계를 원하는 이유는 성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포용성을 보이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자사가 성 평등을 얼마나 이뤄냈는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성 평등 관련된 통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회사들은 경영을 더 투명하게 하는 회사다. 불투명한 경영을 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의 성 평등 지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피터 그라우어는 성 평등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위로부터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위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가장 효과적이다. 고위직 임원들이 먼저 변화를 시작해야 그 파급 효과가 밑에까지 내려온다. 그들이 먼저 성 평등을 위한 변화를 격려하고 적극적으로 관행을 바꾸려고 할 때 금융 산업 전체가 바뀐다. 물론 여성금융인네트워크(KNWF)가 금융 산업에서의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그라우어는 한국이 많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 다양성이나 성 평등 분야에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을 포함해 한국 영화와 케이팝 같은 문화 산업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성 다양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 않고, 두드러진 역할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금융 산업에서도 타 산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더 높은 수준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줘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그라우어는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성 평등을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법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피터 그라우어는 마지막으로 행사를 개최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가 열리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직접 1대 1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20년은 통상적인 해가 아니다.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중요한 행사가 개최된 것이 매우 기쁘다”며 축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