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에 상당부분 개입…범행 부인, 책임 회피"
불법 대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천(80)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모(60) 전 전무와 시민단체 회장 박모(69) 씨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제일저축은행 내에서 피고인(유 전 회장)의 지위나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출 업무에 상당 부분 개입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른바 '회장 관리 대출건'이 존재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통상적인 대출 절차가 생략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1차 대출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피해가 회복되지 못해 제일저축은행 예금자가 손해를 입게 됐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유 전 회장의 지인 지모 씨가 대출을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지 씨는 2007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1300억 원의 대출을 받고, 70억 원을 더 요청했다. 유 전 회장은 박 씨에게 명의와 담보를 빌려 70억 원의 대출(1차 대출)을 내주고 이자 10억 원가량을 부담하게 했다.
이후 유 전 회장이 박 씨가 이자를 갚을 수 있도록 10억 원의 추가 대출(2차 대출)을 내주면서 불법 대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8년 8월 유 전 회장 등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배경이 된 1차 대출은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배임 액수는 10억 원으로 한정됐다.
유 전 회장은 2011∼2012년 이른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8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2006∼2011년 회삿돈 158억 원을 임의로 사용하고 1247억 원 상당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