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액권 중심 화폐보유 성향 강화 요인"
통화승수가 석달 연속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동성지표 중 하나로 통화승수가 활용되는 만큼, 시장에서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액권 중심으로 민간 화폐보유 성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7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7월 광의통화(M2)는 3092조7816억 원으로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평잔 계절조정 기준).
같은 기간 본원통화는 207조2000억 원에서 210조9000억 원으로 1.8%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본원통화 대비 M2 증가율을 의미하는 통화승수는 14.67배를 기록해 전월(14.85배)보다 더 떨어졌다.
한은은 통화승수가 감소한 영향으로 고액권 발행과 이에 대한 보유성향 강화를 꼽았다. 5만 원권을 보유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통화승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7월 5만원권 누적환수율은 49.15%로 2019년 1월(48.18%) 이후 1년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올들어 7월까지 환수율도 31.10%로 지난해 같은기간(70.27%) 대비 반토막 넘게 뚝 떨어졌다.
방중권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5만 원권을 발행했을 때 민간에서 화폐보유 성향이 커질 경우 본원통화를 공급해도 예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예금을 해야 대출 재원으로 사용되고 M2가 늘게 되는 것인데 지금 상황은 M2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에 기조적으로 통화승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불확실성과 금융권 불신에 대한 성향 등이 강해지지 않더라도 고액권 발행 자체로도 현금보유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전월 대비 13조7000억 원, 요구불예금이 3조2000억 원 증가했으나,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8조5000억 원 감소했다.
경제주체별로는 기업(11조5000억 원)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11조5000억 원) 등이 증가했으나, 기타부문은 8조8000억 원 감소했다.
협의통화(M1)는 전월 대비 1.8% 증가한 1077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M1은 23% 증가한 1076조7000억 원을 기록, 2002년 6월(26.4%) 이후 18년1개월만에 최대폭을 경신했다. M2도 10.1% 늘어난 3094조3000억 원을 보였다. 이 또한 2009년 10월(10.5%)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합한 것으로, M2는 여기에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를 더한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M2까지를 즉시 현금화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한다.